라가르드 IMF총재 과실혐의 유죄 판결, 형사처벌은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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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60)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프랑스 재무장관 재임 시절 기업가에게 부당한 혜택을 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IMF 총재 등 공직자로서 국내외에 기여한 점이 인정돼 형사 처벌은 면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공직자 특별법원인 공화국법정(CJR)은 19일(현지시간) “라가르드 총재가 2007년 재무장관 때 4억 유로(약 5000억원)가 걸린 정부 중재 결정에서 합당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 공금 지출을 초래했다”며 “과실 혐의가 인정된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라가르드가 재무장관으로서 금융 위기를 잘 관리하고 IMF 총재로서 세계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양형에 고려했다”며 형벌을 부과하지 않았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라가르드에게 최대 징역 1년과 벌금 1만5000유로(약 1800만원)를 부과할 수 있었다.

라가르드는 이날 선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고 IMF가 위치한 미국 워싱턴DC로 떠났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 16일까지 진행된 공판에서 “15년간 끌어온 사건을 끝내기 위해 중재에 나선 것”이라며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판단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라가르드는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이 되자마자 아디다스와 국영 크레디리요네은행의 분쟁을 중재했다. 그의 중재로 이듬해 3인 심판관이 아디다스 측 손을 들어주며 15년 분쟁이 일단락됐다. 크레디리오네은행이 아디다스 전 소유주 베르나르 타피에게 4억 유로의 보상금을 주라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즉각 논란이 일었다. 타피가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사르코지를 지원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라가르드가 타피를 돕기 위해 중재를 서둘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정부 공금이 지출되는 결정이 나왔는데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2011년 라가르드는 과실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2월 항소법원은 타피에게 정부에 보상금을 반납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타피가 불복하면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 유죄 판결로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유지해온 라가르드의 리더십에도 생채기가 났다. 2011년 IMF 사상 첫 여성 총재로 취임한 그는 지난 7월 5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했다. BBC방송은 “판결 직후 IMF 이사회가 라가르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라가르드 총재의 지도력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라가르드의 변호인은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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