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정치지망생 "러시"|민주당 전문위원 모집 80대1 높은 경쟁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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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당은 정책정당으로서 민주화시대를 창도하기 위해 강호에 묻혀 있는 뜻 있는 인재를 찾습니다-』
지난달 19일을 전후해 통일 민주당이 야당사상 처음으로 신문에 낸 「정책전문위원공채」 를 알리는 광고문.
2단짜리 짤막한 광고가 중앙 6개 일간지와 경제지등 8개 신문에 게재된지 불과 11일만인 지난달 30일. 원서를 마감하고 서류심사를 하던 민주당관계자들은 의외의 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0명안팎의 전문위원모집에 7백69명이 응시, 평균 경쟁률이 80대1.
응시자들의 「성분」도 각양각색으로 고급인력이 많이 몰렸다.
민주당이 3일 공개한 이력서를 보면 5명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비롯, 제대를 한달 앞둔 중령등 12명의 현역·예비역 영관급장교, 전직 수사과장을 지낸 경찰간부(경정), 행정고시에 합격한 현직 이사관급 공무원이 있었고 민정당당원도 응시했다.
민주당자료가 밝힌 응시자들의 학력·경력·직업과「응시의 변」등 신상명세서를 살펴본다.
◇학력=총 응시자 7백69명중 4백25명이 대졸자로 전체의 약55%수준. 박사학위소지자가 5명에 석사(박사과정에 있는자 포함)가 1백44명, 학사(석사과정포함)가 2백76명이며 자의든 타의든 대학을 중퇴한 사람이 2백65명이다. 강사이상 조교수, 정·부교수는 20명.
박사 및 석사는 주로 미국·영국·일본·자유중국·프랑스등지에서 유학중이거나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이 많은 것도 특색. 서울대 출신으로 미국의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교포는 이 광고를 현지신문에서 뒤늦게 보고 국제전화로 우선 접수시킨 뒤 원서는 나중에 보내기로 허락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출신은 22명.
◇경력=사회 각계각층의 전문인력들이 대거 응시했고 공무원으로는 사무관·서기관·부이사관·이사관에 걸쳐 골고루 분포돼 있으며 행정고시 출신이 2명.
한의사·회계사·공인중개사·감정사·조종사·농어민·개업중인 변호사등도 있다.
또 신문사의 전·현직 기자들도 응시했으며 재무부·총무처·체신부·보사부·교통부·농림수산부등의 공무원도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응시자는 민정당의 당원 2명. 여성응시자는 22명이다.
◇인선=이처럼 각계각층의 고급인력이 쇄도하자 민주당측은 인선을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박찬종 민주당정책위의장은 『각 분야에 걸친 고급인력이 이처럼 몰려들 줄은 몰랐다』 며 『당의 형편상 모두 채용할 수는 없지만 당수뇌부와 협의, 엄정인선하겠다』고 밝히고 『그러나 설사 낙방하는 응시자도 본인이 원하면 어떤 형태로든 민주당에 도움을 줄수 있도록 배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류심사를 마친 실무책임자 구자호씨(47·전민추협대변인)는 『응시자 모두를 전문위원으로 모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의원보좌관·각 상임위정책위원·자문위원등으로 모실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구씨는 이밖에 『능력있는 인재들을 최대한 등용시켜 민주당이 정책야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도록 당상층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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