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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진실과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씨가 오늘 처음으로 민낯을 공개했습니다.

회색 수의 차림에 검은 테의 돋보기 안경을 쓴 최씨는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 들어서면서 '드디어'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그녀는 법정내의 풍경이 낯선 듯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응시하며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최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재판을 할 경우 '여론 재판'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진실과 의혹을 법정에서 가릴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최씨 측의 주장처럼 국민들은 진실을 원합니다. 그래서 재판장은 의견과 사실이 끊임없이 유통되는 활발한 시장의 기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바탕으로 최씨를 추궁하면,최씨는 각종 증거를 통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녀 역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법주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최씨 변호사는 법정을 나온 뒤 "최씨를 둘러싼 혐의 일체를 부인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최씨의 입장만 거창하게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밝힌 사실관계 전부를 부인하냐"는 질문엔 "그렇게 막연하게 말하면 답을 할 수 없다"고 자리를 떴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불리한 질문 등엔 얼버무리는 태도는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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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측인 진정 의혹을 물리치고 진실을 밝히길 원한다면 정정당당하게 나와야합니다. 꼼수와 기교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일시적으로 가릴 수 있다는 생각은 촛불의 민심을 아직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정호성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재판을 통해 의혹과 진실이 분명하게 가려지기를 기대합니다. 진실이 의혹처럼 다시 흐려지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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