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의 성분이 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즈음 서울을 비롯한 주요도시 대학가에서는 거의 매일 데모가 일어나고 있다. 학내건, 교문밖이건 데모가 났다하면 전경이 에워싸고 그러면 예외없이 최루탄이 터지고, 수도 셀수 없이 터진 최루탄 가스는 대학가는 물론 인근 일대를 새벽의 짙은 안개처럼 뒤덮고 만다.
어찌 대학가뿐인가. 시가지나 주택가, 성당, 교회, 심지어는 부처님을 모셔 놓은 법당안을 가리지 않고 수상한 모임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무한정 최루탄은 터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상인들이 최루탄 때문에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들고 나서고 농부가 농사일을 할수 없다고 호소하기에 이르겠는가.
시위에 가담한 대학생은 물론 대학가 주변에 사는 주민들중에는 최루탄 가스에 시달린 나머지 기관지나 피부염, 비염 따위 질범을 앓는 사람이 많다.
최루탄 공해는 사람에게만 피해를 내는 것이 아니다. 대학캠퍼스와 그일대 산에서 야생조류가 자취를 감춘지 오래이며 나무나 잔디가 시들고 제대로 성장을 못하는 실정이다. 예전엔 대학주변의 집값이 다른데보다 높은 편이었으나 지금은 값이 형편없이 떨어진 것은 물론이요, 거래마저 단절돼 있다.
최루탄을 쏘아대는 당국으로서는 데모를 진압하려면 불가피 하다고 말하겠지만 최루탄 피해를 본 시민의 입장에서는 「과잉 사용」이라는 불평과 비난의 소리도 들린다.최루란 사용량을 액수로 환산해 보면80년 한햇동안 4억8천여만원을 피크로 81년에 줄어들었으나 82년부터는 다시 급증하기 시작, 85년 10월까지 무려 1백억원이 넘는 액수의 최루탄이 사용됐다. 작년에는 더욱 늘어 9월말까지 각종 농성시위현강에 발사된 최루탄은 31만여발 59억5천만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토록 엄청난 예산이 시위의 진압이라는 보안상의 이유로 사용되는 한편으로는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자연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심한 모순이 아닐수 없다. 최루탄 사용의 목적은 분명 시위나 농성의 진압이지 국민건강을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최루탄의 사용은 가능한 한 억제되고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만의 하나라도 최루탄가스가 국가장래를 맡을 젊은이의 두뇌를 손상시키거나 견전인자에 나쁜 영향이라도 미친다면 가공할 일이 아닌가.
국민들에게 최루탄의 독성을 소상히 밝히고 그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처치나 예방법도 사전에 주지시켜야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최루탄의 성분 분석이나 자료를 일체 밝히지 않기 때문에 의학계에서도 적절한 치료방법을 개발하지 못한다고 한다. 언젠가 국회에서 「최루탄과 대기오염과의 관계」를 묻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답변한 환경 당국자의 자세가 당국의 무책임, 무성의를 극명히 노출시켰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서독연구기관에 따르면 최근에 많이 쓰이는 최루탄의 일종인 CS탄에 과잉 노츨된 사람은 폐질환, 각막질환, 피부질환, 심지어는 간질환의 유발 가능성까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가 노출돼 있는 최루탄은 어떤 종류이고, 그 성분은 무엇이며, 어떤 질병유발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당국은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의학계가 그 자료를 토대로 그 치료제와 피해예방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