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할 일은 하되, 실업자 지원·이직교육 강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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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민생이다 <1> 꺼져가는 공장 불빛

거제와 구미, 두 도시의 쇠락은 단순한 지역 경제 부진의 차원을 넘어선다. 미뤄진 산업 개편의 부작용이 분출되며 실물경제에도 본격적으로 여파를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통 때문에 구조조정을 계속 미룰 수도 없다.

정부, 과감하게 재정 투입하고
중장기적으론 규제개혁 속도 내야
노조, 고용보장 너무 연연 말고
기업은 무분별한 해고 자제 필요

경쟁력 하락과 기업 부실이 이대로 누적되면 위험이 금융회사로 전이돼 감당키 어려운 경제 위기로 치달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이 “구조조정의 고삐를 놔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의 고통은 단기간에 나타나지만 결실은 중장기적으로 거둔다”며 “당장 고통이 따르더라도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살 제거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몸살을 앓는 협력업체 직원과 노동조합이란 ‘방패’도 없는 비정규직, 그리고 일용직 등이 취약하다.

그간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취약계층 대책의 진척 속도는 늦다. 구조조정 여파가 큰 지역에 고용·상권 활성화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제도’ 는 국회의 무관심 속에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향후 처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소협력업체 노동자, 청년 등 ‘경제적 약자’가 겪는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 시행이 우선이다. 이어 인력과 자본이 향할 새로운 출구를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고용 불안이 심각한 지역에는 과감한 재정 투입과 지원을 통한 ‘심폐소생술’이라는 단기 대책이 시급하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지역의 고용률이 급락하면 지역 전체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고 실업자 추가 양산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실업자에 대한 재정 지원 및 이직을 돕는 교육훈련 강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공멸을 피하기 위한 노사의 전향적 자세도 필요하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노조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고용 보장 등에 연연하지 말고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하고, 기업도 업황 변화에 대비해 무분별한 해고를 자제하고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인력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새 먹거리 육성과 규제 개혁 속도를 높이는 게 꼽힌다. 하지만 규제 완화 및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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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력산업이 쇠퇴하는 속도는 가팔라지는데 미래 먹거리인 신산업 발굴과 강점이 있는 분야의 핵심 경쟁력 강화는 더디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의 체력이 스스로 개혁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일 교수는 “노동시장의 대·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이중구조 속에서 고용 한파가 불어닥치면 경제 약자들이 훨씬 큰 타격을 받는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규제 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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