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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속의 유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자, 팔운동부터-. 왼 팔 오른 팔, 그리고 왼 발 오른 발…』 젊은 강사의 구령에 맞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로의 신사들이 팔과 다리를 마구 흔들어 댄다.
그리고 나서는 개구쟁이들처럼 『이-, 아-, 랄랄라』 하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고는 한바탕 웃어댄다. 이들은 바로 만년 무역적자로 시달림을 받는 미국의 유수한 기업 중역들이다.
직장에서 유머를 되찾자-. 엊그제 온 헤럴드 트리뷴지 경영자란을 보면 요즘 미국의 대기업들은 웃음을 잃은 자기네 회사 중역들에게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다 한다.
그래서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한 워크숍이 성행, 새로운 직장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최고경영자 7백37명 가운데 85%가 직장의 활력소가 되는 유머의 필요성을 인정, 같은 조건이면 유머가 있는 사람을 쓰겠다고 밝혔다. 83년의 같은 조사에서는 45%에 불과했다.
의학적인 연구결과도 직장에서의 유머는 종업원의 육체와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뿐 아니라 생산성도 높이고 있다고 분석되었다.
이들 워크숍의 강의내용은 다양하다. 유머감각은 물론 사물을 포괄적으로 보는 능력, 적극적인 사고, 영양, 그리고 긴장완화를 위한 갖가지 운동이 들어 있다.
『일은 진지하게, 그러나 몸과 마음은 가볍게』 이것이 워크숍 관계자들의 교육신조다. 그래서 이 워크숍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도 놀란다.
덴버시 마운틴 엘사의 한 중역은1주일에 서너 번 아침마다 욕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는 괴상스런 표정을 지어 보며 이른바「얼굴운동」을 한다. 마치 코미디언의 우스꽝스런 연기같기도 하다.
그러면 신기하리만큼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직장에서 겪을 모든 긴장을 한꺼번에 떨어버릴 수 있다.
이 워크숍에는 음향효과도 동원된다. 가령 이리떼의 울부짖음 소리를 들으면 이상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고 웃음까지 절로 나온다.
이런 프로그램은 경영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뉴스위크지는 일반 사창들의 안이한 사고방식을 바꾸는 정신훈련 프로그램도 크게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명상이나 최면술 같은 동양식 교육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위해 기업들이 지출하는 비용만도 연간 4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업계에 느닷없이 불어닥친 이같은 풍조는 태평양을 사이에 둔 무역전쟁의 새로운 양상이기도 하다. 미국은 뒤늦게 「동양」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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