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 도끼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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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호 22면

“아빠, 대단해요!”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에 아이들의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탄성은 나무가 갈라질 때마다 이어진다. 나름 프리랜서라고 요리부터 설거지·빨래·청소 등 대부분의 집안일을 아내를 도와 함께하면서 그간 아이들에게 이처럼 아낌없는 칭찬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이들에게 비추어지는 아빠다운 모습은 역시 바깥일을 할 때 제대로 발휘되는지도 모르겠다. 졸지에 대단한 아빠가 되었다. 괜스레 도끼 자루 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 내 우쭐거리며 하는 장작 패기가 신이 난다.


나무토막이 쪼개지는 순간에는 어떤 환희마저 느껴진다. 야구방망이에 정확하게 맞은 공이 경쾌한 소리를 낸 후 저 멀리 솟구치는 기분이랄까. 스트레스 풀기에 이만큼 훌륭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자연생활을 다룬 대표적인 고전인 『월든』의 작가 소로우는 장작은 땔감으로 불을 지필 때뿐만 아니라 도끼질을 할 때도 따뜻하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해 보니 그 이상이다. 스트레스 해소에 건강도 챙겨 주고 공해 없는 자연 방식의 난방 준비까지 되니 이쯤이면 일석오조도 넘는 시골 생활의 효자 종목이다! 시골 생활은 분명 몸은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삶이다. 하지만 그만큼 즐거워지니 신기할 따름이다. 가족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 열심히 도끼를 휘둘러 봐야 하겠다. 도끼를 호수에 빠뜨려 산신령을 만날 기회는 결코 오지 않겠지만, 아이들에게 대단한 아빠가 된 것만으로도 금도끼, 은도끼 부럽지 않은 소중한 의미를 얻었으니까.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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