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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한 강의실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27일하오2시 서울대. 텅빈 강의실 칠판엔 「의예과1학년일동」 이름으로 이렇게 씌어있다.
『교수님. 동맹휴업을 할수밖에 없는 시대의 아픔이 빨리 사라지고 교수님과 더불어 자유롭게 학문을 연구할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저희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읍니다.』
같은시간 인문대의 또다른 강의실엔 반백의 한 교수가 학생4명을 앞에놓고 팔장을 끼고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학생들도 착잡한 표정. 강의를 시작할 생각도 않은채 20여분간 침묵하고 앉아있던 교수가 말없이 일어서 강의실을 나갔다.
『동맹휴업사실을 알려드리려고 왔는데 교수님 모습을 보고는 나갈수가 있어야지.』
답답한 침묵에서 풀려난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며 뒤따라 강의실을 나간다.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조작에 항의, 27일부터 시작된 서울대의 동맹휴업.
『휴업은 안될것』이라는 학교측의 예상을 깨고 이날 상오부터 출석률은 평소보다 낮았다.
학교측의 공식집계로는 평균출석률이 46.5%. 음대·미대등에서는 91%의 높은 출석률을 보여 정상수업을 한학과도 있었다.
학생들이 며칠전부터 벼르긴했지만 실제로 수업이 거부되는지는 모두에게 궁금했다.
『휴업은 안될것』이라며 느긋해하던 학교측은 이날 상오 수업이 시작되자 당황하는 눈치. 기자들도 강의실을 돌며 실태를 체크하는 과정에서 예상을 넘은 수업거부에 저으기 놀랐다.
그러나 학교측은 정확한 실태파악을 하지못했다. 기자들이 이리저리 뛰면서 파악한 실태는 대충 수업이 진행되지않는 곳까지 있고, 박군이 소속됐던 언어학과 1교시의 「일반언어」는 24명중 6명, 「비교커뮤니케이션」에는 89명중 3명만이 수강.
학교측이 마감시간후 뒤늦게 내놓은 집계는 평균출석률 46.5%.
『수업거부는 학생들로서는 자해행위입니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죠. 왜 이렇게밖에 의사표현을 할수 없는지 안타까울뿐입니다.』 89명대상자중 3명밖에 참석하지 않아 휴강을 선언하고 강의실을 나서는 한교수의 푸념이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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