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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인권문제 다룬 책들|「박군사건」후 잇달아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이 은폐·조작됐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4개월동안 출판계 일각에서는 경찰의 고문이나 사건자체를 조작내지 은폐하려한 사례, 혹은 인권문제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일련의 출판물들이 무더기로 출간됐다.
2월부터 잇달아 쏟아져나온 박군사건에 관련된 폭로서적들은 줄잡아 10여종인것으로 나타났는데 대부분이 경찰이 그동안 자행해온 「비인간적 고문과 조작」을 폭로함으로써 이번 조작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있어 직·간접적인 요청기능을 행사해왔다.
먼저 현직 언론인 조갑제씨가 쓴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은 『고문을 가한 자들을 평생토록 치욕속에서 살게 해야한다』는 의도로 출간됐는데 일제고등경찰출신자들의 해방후 추악한 변신과정을 통해 우리경찰의 고문·조작 뿌리를 파헤친후 「고숙종씨의 결백증명서」등 이른바 「한국판 드레퓌스사건」들을 엮어 경찰의 조작사례를 속속들이 다루었다.
민주화실천 가족운동협의회에서 퍼낸 『나의 손발을 묶는다해도』는 85년9월 전민청련의장 김근태씨고문사건, 86년6월 부천서 권양성고문사건등을 생생하게 증언한후 박종철군고문치사사건에대한 진상보고서및 각계의 규탄과 진실규명에 대한 기록등을 정리한 책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위원회에서는 민청학연사건등 70년대 인권·민주화운동을 2천여페이지에 걸쳐 집대성한 『1970년대 민주화운동』 전3권을 펴냈으며 이와 별도로 『우리들의 딸 권양』『고문없는 세상에 살고싶다』등 2권을 출간하면서 『지금은 우리민족의 인권사에 하나의 분수령을 만들지 않으면 안될 시기』라고 천명, 이 책들이 「고문퇴치선언서」임을 분명히 했다.
현직언론인 김중배씨와 여영무씨도 박군사망이후 각각 사회비평집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와 『답답한 세상』을 펴내 고문근절및 인권회복을 갈망했다.
박군사망 즉시 출간된 소설 『내 아들은 어디에』는 73년 칠레 쿠데타의 진상을 폭로하려던 미국인청년 「찰즈·호어만」이 실종후 시체로 발견된 사실을 다룬 미국작가 「토머스· 하우저」의 『Missing』을 번역한 것으로 박군의 죽음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외국의 예를 들어 암시했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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