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 깁슨 새 영화 종교분쟁 휘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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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호주 출신의 미국 명배우 멜 깁슨(47)이 제작.감독한 새 영화 '열정(the passion)'이 개봉을 7개월이나 남겨 놓고 '종교분쟁'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사실적으로 그린 이 영화가 유대인을 매우 나쁘게 묘사했다며 유대인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천5백만달러(약 3백억원)를 들여 만든 이 영화는 내년 3월 '재의 수요일'에 맞춰 미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유대인 사회의 반감은 몇달 전부터 표출됐다. 지난 3월 몇몇 유대인 신학자들이 깁슨이 운영하는 영화사 아이콘 프로덕션에 대본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으나 영화사 측이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깁슨은 "이 영화는 성경에 있는 그대로를 재현했다"는 입장이다. 최후의 만찬,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 그리고 십자가 처형 등 예수의 마지막 삶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는 것이다. 당시의 상황을 좀더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 영화의 모든 대사는 아람어와 라틴어로만 돼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 영화계에서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보통 크지 않아 적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3일 깁슨이 큰 돈을 들여 최근 촬영작업을 마쳤으나 유대교도들의 반발이 커지자 자신의 입장을 지지해줄 인사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깁슨이 이 영화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릴 종교인들과 명사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열고 있으나 유대인을 비롯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이들에겐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본만 본 비판론자들은 이 영화를 '유대인들을 예수를 죽인 살인자로 몬 중세시대 연극의 현대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본은 전문 극작가와 깁슨이 공동으로 썼다.

스스로를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로 평하고 있는 깁슨은 교황제도를 반대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영화 촬영에 들어가면서 그는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티칸 교황청을 "양가죽을 쓴 늑대"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라틴어 미사를 금지하는 1965년 교황청의 방침에 반발,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 있는 자신의 집에 개인 예배당을 만들어 라틴어 미사를 드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 바로잡습니다

8월 5일자 22면 멜 깁슨 관련 기사 중 새 영화 제목 'The Passion'의 바른 번역은 '열정'이 아니라 '수난'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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