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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앙숙 IT기업 CEO와 만나 "여러분 도울 것"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최고경영자(CEO) 12명과 첫 회동을 가졌다.

팀 쿡 애플 CEO,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알파벳 CEO,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기술 혁신을 이끄는 기업의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IBM·시스코·팔란티르테크놀로지의 CEO도 동참했다. 트위터 스타인 트럼프는 트위터 CEO인 잭 도시를 초청하지 않았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트위터가 대선 기간 ‘사기꾼 힐러리’ 해시태그(#CrookedHillary)를 이모티콘으로 만들기를 거부한 데 대한 응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측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내정자, 트럼프의 세 자녀(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에릭)가 함께 했다.

트럼프는 1시간30분간 이어진 ‘테크 서밋’의 모두 발언에서 “나는 여러분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여기 있다. 대단한 혁신이 계속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며 “내 측근들이나 나에게 전화를 해도 된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사이엔 공식적인 지휘 체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샌드버그는 인사말 시간에 "일자리를 논의하는 게 흥분된다"고 말했다. 머스크도 "미국 내 제조업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은 정말 신이 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모두 발언을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끝난 뒤에도 공개 브리핑은 없었다.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는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일자리와 중국 문제, 세금 감면, 해외 자산의 본국 이전, 교육, 인프라, 미국 기업의 해외사업 규제 완화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됐으며 분기별로 이런 모임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당선 이후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와 IT 업계가 잠정적 휴전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는 대선 기간 IT 거물들이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며 트럼프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한 아마존의 베저스는 WP에 특별취재팀을 꾸려 트럼프 비판 기사를 쏟아내게 했다. 트럼프는 “WP는 베저스의 노리개”라거나 “베저스는 WP를 이용해 탈세를 하고 있다. 당선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애플이 지난 2월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한 아이폰의 암호를 해제하는 문제에 협조하지 않자 “애플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라고 말다. 애플은 트럼프를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후원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트럼프 대신 클린턴을 지지한 건 현실적 이유도 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보호무역주의와 엄격한 이민 규제 등은 이들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외 고급 인재들의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거나 해외 생산기지를 둔 애플 등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트럼프는 이를 의식한 듯 “공정한 역외 무역 협상을 할 것”이라며 IT업계를 달랬다.

자리 배치도 화제가 됐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로 실리콘밸리 인사로는 드물게 트럼프를 지지한 피터 틸 페이스북 이사가 트럼프의 왼쪽 옆에 앉았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인 그는 이번 회동을 성사시킨 주인공이다. 틸과 친분이 있는 머스크가 이날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에 위촉되는 등 틸이 트럼프 행정부와 실리콘밸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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