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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화랑가 "새대가" 발굴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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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파리=홍성호특파원】「피카소」나 「고흐」「샤갈」같은 유명 화가들이 유럽의 크리스티나 소더비경매장에 간혹 얼굴을 내밀기는 하지만 수백만∼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작품값 때문에 웬만한 애호가가 아니고서는 말그대로 그림의 떡인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요즘 파리의 몇몇 실력 있는 갤러리들이 보다 대중성있는 새로운 대가를 발굴하려고 애쓰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하다.
다니엘 말링그화랑이 전시중인 「라울·뒤피」나 알랭토마 갤러리의 「베르테·모리소」 전이 그 대표적인 예.
이들은 모두 20세기초의 야수파 또는 19세기말의 인상파에 속하는, 이미 사라진 작가이기는 하지만 반세기∼1세기가 지난 오늘날에와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기 시작한 것이다.
「뒤피」는 1910년까지 포비슴의 전형적인 화가로 활동하다가 1차대전이후 자신의 독특한 화풍을 창조한 현대화가로서 매우 희귀한 존재. 다니엘 말링그화랑이 수집한 「뒤피」의 40점에 달하는 수채화·과슈(불투명 수채화)·유화등은 1920년대 그의 변신에도 불구하고 포비슴의 강력한 색채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 후기에 그려진 경마장 풍경등의 장르 페인팅은 그자신의 쾌활하고 밝은 심상을 생생히 나타내주고 있다. 색채에 대한 시적인 감각, 유머러스한 구도, 경쾌한 터치등은 「뒤피」가 20세기의 화가로서 유별난 작품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뒤피」의 전시작 가운데 『에프송의 미인』은 1백만프랑(약1억4천만원)에 개막 첫날 팔렸으며 『경마장에서』는 2백20만프랑, 그밖의 작품들은 최고 5백만프랑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1874년 4월15일 인상주의작가들의 첫 전시회가 열렸을때 유일한 여류로 참가했던 「모리소」는 「마네」의 제자. 그러나 화풍에 있어서는 거친듯 강렬한 「마네」와는달리 부드럽고 시적인 것이 특징.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수 있는 『모르쿠르의 라일락』『여인상』등은 인간의 내면과 상념을 특출한 기법으로 묘사한 소위 앙티미슴에 속하는 작품들.
화려한 꽃이나 풍요한 누드보다 평범한 가족의 식탁이나 집안풍경을 애정깊게 포착하는 정감의 표현이 특칭이라고 할수 있는 앙티미스트로서 「모리소」는 그녀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겪었던 생활주변 모습을 주로 화폭에 담았다.
그녀의 『배나무』파스델화는 33만프랑에, 『분홍 아네모네』는 90만프랑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뒤피」「모리소」의 작품은 「모네」「르느와르」, 또는 「샤갈」「달리」 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 정도의 값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살았던 동시대의 화풍을 특색있게 대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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