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형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금까지 지구촌 여러나라를 다니며 스케치를 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남태평양의 옥빛 바다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중에 하나인 발리(Bali)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발리섬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스케치북을 들고 산호초가 이어지는 백사장으로 나갔다. 때마침 해질무렵이어서 이 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석양을 볼수 있었다.
푸른 바다를 덮고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그 찬란한 광경은 낯선 곳을 찾아온 나그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에 족했다. 새빨간 부겐빌레아 꽃잎이 한잎 두잎 떨어져 내리고 검은 나래의 나비가 춤주며 날아다니는 발리섬 저녁풍경의 독특한 분위기는 영원히 잊지못할 한폭의 그림이었다.
이튿날 이 섬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방문, 1주일을 묵으며 색다른 생활 풍습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집집마다 그들이 숭배하는 신상「상카」를 모시고 있었으며 대가족 제도여서 방 하나에 부모가 살면 바로 옆방에 아들·며느리가 살고 또 그 옆에서 사위와 딸이 함께 살고있었다.
발리섬에는 1만개가 넘는 사원이 있다. 마을마다 추장이 앞장서 매일 사원을 순례하고 예배를 드리며 집에서 가지고 온 공물을 바치는 것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저녁에 모어 함께 춤주는 「케차크댄스」라고 부르는 민속춤을 즐겼다. 이 춤은 힌두교의 서사시인 「라마야나」의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숭이의 울음소리를 내며 다이내믹하게 돌아가는 환상적인 춤이다.
발리섬에 머무는동안 우연히 장례식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정글을 지나가는 현란한 색채의 꽃상여와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 머리에는 제물을 이고 풍만한 가슴을 드러낸 여인들의 얼굴에서 슬픔의 빛은 별로 찾아볼수 없어 처음보는 나는 축제로 착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