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의 시초, 햇반 출시 20년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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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과 1인 가구의 필수품’으로 불리는 햇반이 출시 20년을 맞았다. 햇반은 CJ제일제당이 ‘밥을 사먹는다’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6년 12월 출시한 상품밥이다. 국내 상품밥 시장을 개척뿐 아니라 최근의 식품업계 흐름인 가정간편식(HMR)시장의 도화선이 된 제품이기도 하다. 최근의 식문화를 대변하는 혼밥(혼자 먹는 밥)의 시초인 셈이다.

처음엔 급하게 밥이 필요할 때 먹는 비상식으로 출발했지만 최근엔 1~2인 가구 증가, 간편조리문화 발달과 함께 일상식으로 자리잡으며 국민 브랜드가 됐다. 20년간 햇반의 누적 매출은 1조 1400억원, 판매는 17억 개로 제품을 일렬로 정렬하면 지구 여섯 바퀴를 돌 수 있는 길이다. 그 동안 햇반에 사용된 국내산 쌀은 18만 톤(약335만 가마니)이다. 햇반의 올해 매출은 1600억원으로 1997년 매출 38억원에 비하면 40배 늘어난 셈이다.

상품밥을 ‘끼니를 대충 해결하는’ 용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위해 구매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CJ제일제당은 오곡밥을 시작으로 잡곡밥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상품밥 시장의 ‘건강밥’ 트랜드를 주도해왔다. 햇반은 현재 발아현미밥과 흑미밥 등 8종의 잡곡밥을 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엔 컵 모양의 용기에 햇반과 함께 국밥 또는 덮밥용 소스를 넣어 하나의 제품으로 만든 ‘햇반 컵반’을 출시해 11월 말까지 3000만개 이상 판매했다.

CJ제일제당은 96년 처음 햇반을 출시하기에 앞서 ‘갓 지은 밥맛’을 살리기 위해 급속 건조된 알파미에 뜨거운 물 부어 밥 만드는 방식, 동결 건조한 동결건조미 사용 등 다양한 방식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CJ제일제당은 당시 100억원을 투자해 무균포장기술을 도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반도체 공정 수준의 무균포장 기술은 밥 지은 후 미생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별도 보존재료 없이도 상온 보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측은 또 쌀을 수확한 이후 햅곡과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섭씨 15도에서 저온 보관했다. 여기에 자체 도정설비를 건설해 생산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지어 ‘갓 지은 밥맛’을 구현해 냈다.

상품밥 시장은 1~2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2011년 이후 매년 10~20% 성장하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시장 규모는 2400억원으로 CJ제일제당이 전체시장의 67%를 차지한다. 상품밥 시장의 내년 규모는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가구 형태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7%이고 2025년엔 6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밥을 처음 먹고 자란 세대가 주소비층으로 진입, 1~2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 등 여러 경제ㆍ사회적 여건으로 상품밥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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