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리와 제2금융 격차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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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금리인하조치는 단자·상호신용금고·보험등 제2금융권의 금리조정에 국한됐지만 현행 금리체계의 불합리성을 인식하고 손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작년이후 국제수지 흑자를 축으로 국내의 경제 여건이 큰 변화를 보였는데도 금리는 요지부동이어서 내외 금리차로 핫머니의 유입은 물론 기업의 차관수요급증, 그리고 제2금융권의 비대등 금융구조의 왜곡현상이 빚어졌다.
그러나 수출호조로 시중에 뭉칫돈이 떠다니고, 경기가 과열조짐을 보이는 상태에서의 금리인하는 일단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볼수있다.
진작 작년초 경기가 아직 위축상태에 있을때 내려두었어야할 금리를 실기해놓고 정부는 체면문제(?)로 버티다가 뒤늦게 손을 쓰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번 제2금융권 금리인하는 우선 현행2∼3%까지 격차를 드러낸 공금리와 제2금융권과의 금리격차해소가 주된 배경이 되고있다.
단자·신용금고등의 금리가 워낙 높다보니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은행부채를 갚기보다 제2금융권에 맡겨 돈놀이를 해왔고 이것때문에 정부에서도 고심해왔다.
또 현행금리체계상에 제2금융권의 비대화현상의 시정도 절실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2금융권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전체 금융저축중 제2금융권의 비중은 85년말 48.3%에서 작년말 51%, 지난 4월말에는 51.6%로 계속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은행저축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제2금융권의 여·수신만 급속히 불어나는 금융의 주종전도상태에선 은행창구만 죄어잡는 식의 총통화(M2)중심 통화관리 정책은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다시말해 은행을 키워놓지 않고는 최근의 물가부안까지 관련해 통화정책을 제대로 꾸려가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할수 있다.
이번 제2금융권 금리인하가 공금리의 인하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국내외 금리격차와 환율절상에 따른 기업부담증가등 인하요구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릴경우 저축무드 위축은 물론 그렇지 않아도 과잉상태에 있는 시중유동성을 더 부추길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원화절상이 가속화되고 이에따라 수출·투자및 경기둔화 조짐이 보이면 이를 검토해도 늦지않는다는 생각에서 은행금리는 손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빠른 원화절상 추세로보아 은행금리의 인하조정은 시간 문제이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금리조정으로 기업의 금융부담은 적지않게 줄게 되었다. 단자·상호신용금고만 따져 연5백억∼6백억원의 이자부담 경감이 추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또 이번 금리인하조치로 전체금융저축의 감소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의 부동자금이 워낙 많은데다 부동산투기의 억제정책과 최근에는 증시 진정 대책으로 돈이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정부가 제2금융권 금리를 낮췄지만 나름대로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다.
우선 은행과 제2금융권과의 부분적인 금리구조 역전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이번 금리조정으로 증권회사의 환매채 연수익률은 11%로,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도 11.68%로 떨어졌는데 이는 은행권의 고수익상품인 자유저축예금(최고연12%), 가계우대정기적금(최고연13%)을 밑도는 수준이다.
중소기업들이 발행하는 CP의 매입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소화가 부진하게 되는것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말이후 정우개발·고려개발등 잇단 금융사고로 경영이 어려워진 단자사들은 앞으로 더 수지가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외 이번조치로 은행과 제2금융권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기업들이 지나친 금융기관의존을 벗어나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늘린다면 제2금융권 금리인하는 일단 성공한다고 할수 있다.
앞으로 제2금융권의 소폭 금리인하 가능성이 계속 예상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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