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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의 맛집] 디자이너 요니 P(배승연)의 ‘솔트’ 영국 가정집 같은 이탈리안 요리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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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식당 내부와 올리브·마늘로 풍미를 살린 ‘고등어 파스타’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식당 내부와 올리브·마늘로 풍미를 살린 ‘고등어 파스타’

이곳을 처음 찾은 것은 1년 반 전이다. 친구 이영진(모델), 김혜영(PD), 김도훈(허핑턴포트스 편집장)이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곳에 가보자 해서 찾았다. 이후 단골이 되었고 지인들과 와인 마시며 기분 좋은 저녁을 하고 싶을 때 찾는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지만 나에게 솔트는 마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영국 가정집 같다. 셰프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데다 4~5개의 나무 테이블이 집처럼 따뜻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즐거움은 음식을 맛보기 전에 시작된다. 오랫동안 수집해 모은듯한 예쁜 접시와 귀여운 포크·나이프가 눈을 즐겁게 한다. 손글씨로 적힌 메뉴엔 물론 간단한 설명이 있지만 주문할 때 “오늘 뭘 먹을까”를 묻는 게 좋다. 홍신애 오너 셰프와 또 한 명의 남자 셰프가 당일 어떤 재료가 좋은지, 어떤 메뉴가 서로 잘 어울리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셰프의 친절은 계속된다. 음식을 내올 때마다 옆에 서서 맛깔나게 설명해 주기에 듣다 보면 셰프가 집으로 초대해 대접해주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영국에도 없는 피시 앤 칩스’다. 위트 있는 이름 때문에 ‘정말 영국에서 못 먹어본 맛인가’ 생각하며 먹기 시작했다. 피시 앤 칩스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다. 내게 더 특별한데 그건 영국에 갔을 때 가장 먼저 일했던 곳이 런던 외곽 치체스트의 피시 앤 칩스 전문 레스토랑 ‘피시 앤 칩스’였기 때문이다. 가끔 그리운 마음이 들지만 한국에서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솔트는 달랐다. 튀김옷 묻힌 생선이 담백하고 입안에서 스르륵 녹는 게 ‘어 정말 영국 피시 앤 칩스보다 먹기 좋고 맛있네’하고 생각했다. 청양고추가 들어간 핑크색 소스는 이 집의 필살기다. 튀김의 기름진 맛을 잡아준다.

메인으로는 ‘삼겹살 통구이’를 즐겨 먹는다. 삼겹살이 통째로 나오는데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함께 내주는 무화과 소스와 버무려 먹으면 색다른 맛을 낸다. 구운 통마늘까지 함께 하면 딱 한국인이 좋아할 맛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만큼 파스타도 빼놓을 수 없다. ‘명란 오일 파스타’와 ‘고등어 파스타’를 추천한다. 먼저 명란오일 파스타는 면 사이사이 명란이 알알이 박혀있을 만큼 명란이 듬뿍 들어있다. 맛도 고소하고 담백하다. 면을 다 먹은 후에도 오일 소스에 남은 명란을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먹는다. 고등어 파스타는 생선과 파스타를 모두 먹을 수 있는 일석이조 메뉴다. 마늘과 올리브가 고등어의 비린 맛을 제대로 잡아주면서 고등어 특유의 짭짤한 맛은 남아 계속 손이 간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디저트를 빼놓을 순 없다. 이곳에선 ‘나는 티라미수다’ 를 먹어야 그날의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귀여운 은수저를 입에 쏙 넣으면 마스카포네 치즈가 부드럽게 혀끝에서 녹는다. 티라미수 위에 뿌려져 있는 소금의 짠맛과 치즈의 달콤함이 입안에서 함께 맴돈다.

솔트는 셰프의 가정집 같은 포근한 분위기 덕분에 내겐 아지트 같은 곳이다. 그래서 솔직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숨겨놓은 채 친한 친구들하고 가고 싶다. 셰프의 다정함과 설명은 좋은 음식을 먹는 즐거움까지 준다. 크리스마스 날 친구네 집에 초대돼 잘 차려진 음식을 대접받는 느낌이 드는 솔트, 올 크리스마스에도 가로수길 뒷골목의 노란 문을 열고 들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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