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70년만에 조심스레 자유기업 개방…신청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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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침체된 소련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고르바초프」 공산당서기장이 일련의 개혁조치를 취하고있는 가운데 소련사회에 지난 1일부터 다분히 자본주의적 색채를 지닌 개인영업이 실시되고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이 나온지 1백39년만에, 그리고 러시아혁명이 있은지 만70년만에 자유기업이 소련 땅에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법을 만든 취지는 지금까지 불법으로 행해져오던 일부 소규모 서비스업을 양성화해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개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개인영업으로는 소련경제 가운데서도 가장 뒤처져 있고 국민의 불만이 높았던 각종 수리업·택시·식당운영·의복제조·목공일 등 29개 업종에 국한되고 있다.
또 개인영업이라고 해도 한창 일할 연령층은 「본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라는 조건을 붙여 여가시간의 부업으로 자영자 본인이나 그 가족에게만 허용된다. 국영경제단위의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은퇴한 연금생활자·신체장애자·학생 및 주부로 한정하고 있다.
당국은 개인이 신청을 하면 심사후 허가증을 발행하고 매달 세금을 걷든지 일시금으로 면허를 사도록 하고있다.
세금은 일정수입 (연8백40루블·약1백만원)까지는 면세되나 그 이상은 누진과세된다.
개인영업 희망자에 관한 예측 또한 전 인구의 약1%, 또는 4∼5%까지 이를 것이라는 등 구구한 실정이다. 출발시점인 4월말까지 모스크바시에서만 9천명이 허가를 받고 2만명이 신청중이라고 발표됐다.
이번에 개인영업으로 허용된 업종은 그동안 모두 국가기관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암묵리에 개인노동이 행해지고 있던 분야다. 소련경제분석가들은 소련의 모든 가계용역중 40%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소련당국은 따라서 이같이 번창하는 지하경제를 공인함으로써 소비재 및 서비스의 공급을 원활히 하고 연50억∼60억루블의 세수를 증대시키는 한편 국가독점사업에 경쟁력을 불어넣어 침체된 경제를 북돋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영업의 허용조치는 소련국민들을 고무시키고 있으나 그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많은 관측통들은 집산주의사회에서 양육되고 통제경제에 익숙한 소련인들이 실제로 경쟁본능과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을는지 의문을 제기하고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적 기업의 역사를 지녔던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제국 및 코카서스·중앙아시아 지방에서는 부분적으로 개인영업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벌써부터 개인영업은 일부 도시에서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관리들의 늑장업무처리로 저항에 부닥치기도 하며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경제개혁조치를 지지하는 소련관리들은 개인영업허용조치로 국민들의 지지가 모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개인의 창의성을 육성하고 경직된 관료체제를 개혁하려는 「고르바초프」의 시도는 그러나 『개인영업이 너무 지나치게 번성하면 현행체제에 대한 비만으로 쉽게 연결 될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면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에 비난이 쏟아져 개혁시도의 싹이 꺾이면서 그의 정치생명을 재촉하게 될 것』이라는 한 서방경제전문가의 지적대로 지금 딜레머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정봉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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