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침입을 항체로 막는 "불침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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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AIDS유행이후 우리는 「면역」이라는 용어에 자주 접하고 있다. 면역이란 원래 세금이나 부역에서 면제된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우리몸도 병(역)의 재앙을 면제받기 위한 신비스러운 면역의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가롤릭의대 김동집 교수(내과)는 면역을 『외부로부터 친임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 동종조직, 체내의 불요산물들과 특이하게 반응하여 이것과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전군」이 경계태세>
즉 면역이란 「자기」와 「비자기」를 식별하는 체내방어기구이고 면역반응이란 이러한 비자기를 항원(적)으로 인식하여 이와 맞서는 항체를 만들어 적군의 공격을 막는 방어작전인 셈이다.
우리 몸은 항상 자신의 완전성을 보전하기 위해서 미생물 등 비자기의 끊임없는 침입에 대항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능력을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구비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상태에서는 어떤 적군이 침입해도 별문제가 없으나 우리 몸의 저항력(방어능력)과 적군의 공격력의 힘의 균형이 깨어져 비자기가 강할 때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고 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1차 방어선은 피부와 점막이며 이것이 무너지면 다음에는 혈액을 따라 전신을 순찰하고 있는 마크로파지(대식세포)라는 것이 낯선 이물에 부착하거나 자신의 세포 속으로 잡아들여 먹어버리며 또한 인터루킨 I이라는 물질을 방출해 전군이 경계태세에 들어가도록 정보를 전달한다.
이 제2선이 무너지면 최후 방어군인 임파구가 투임되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것이 T세포와 B세포다.
골수에서 만들어져 흉선 (가슴샘)이라는 면역장기에서 성숙된 T세포는 전신을 순환하다가 외적, 측 항원의 자극을 받으면 임포카인이라는 각종 세포장애인자(인터페론, 인터루킨Ⅱ등)를 방출하거나 또는 직접 적군을 찾아내 파괴한다 (이것을 세포성 면역이라 한다).
T세포에는 B세포의 수를 늘리거나 작용을 돕는 헬퍼T세포(T4), 반대로 B세포의 수를 줄이거나 작용을 억제하는 서프레서 T세포(T8), 적군을 직접 공격하고 파괴하는 킬러 (살해) 세포 등이 있다.
B세포도 골수에서 성숙되어 전신을 순환하다가 항원의 자극을 받으면 T세포의 도움을 받아 면역글로블린이라고 하는 면역항체를 생산하여 이것들이 적군인 항원과 반응하여 이물을 제거한다 (이것을 체액성면역이라 한다).
인체는 이러한 면역세포가 촉진과 억제를 잘 조화하여 협동작용을 함으로써 세균이나 바이러스·곰팡이 등 몸에 유익하지 않은 물질이 들어와도 이를 처리, 우리 몸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게 된다.

<이물질은 잡아먹어>
그러나 만약 이 조화가 깨어지면 면역계통에 이상이 생겨 여러가지 병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AIDS (후천성 면역결핍증)는 AIDS바이러스가 방어군의 주요인자인 T세포를 파괴시키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AIDS바이러스는 지휘관역할을 하는 헬퍼T세포를 즐겨 공격함으로써 그 수와 기능을 떨어뜨려 이 때문에 B세포는 적군을 보고서도 항체를 만들지 못하는 허수아비신세, 다시 말해 면역결핍이 된다. 평소 몸 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병원체들은 이때다 싶어 준동을 시작하게 되고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병균이나 곰팡이에 대해서도 손을 쓸 수가 없어 여러가지 병으로 이행하게 된다.

<독감은 병원체 달라>
예방접종이라는 것은 어떤 병의 병원체의 항원 (적군) 성분을 체내에 넣어 이 항원에 대한 면역 (격퇴) 활동을 한번 체험하게 함으로써 그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능동적인 면역방법으로 이러한 목적으로 개발, 실용화되고 있는 백신은 30여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번 그 항원을 체험한 면역기구는 이 항원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 기회에 재차 침입해왔을 때 적군임을 금방 알아서 신속히 항체를 대량생산해 격퇴시킬 수가 있게된다.

<접종후 항체 생겨>
홍역이나 천연두·장티푸스 등을 한번 앓고나면 다시는 걸리지 않는 것도 면역체계가 균에 대한정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저(독감)나 이질처럼 한번 걸렸던 병에 다시 걸릴 수 있는 것은 병원체마다 형이 다르고 면역의 지속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신생아의 경우는 면역기능이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물에게는 특별히 2개의 루트를 통해 면역능력을 키워 주도록 되어있다.
하나는 어머니 혈액중의 항체(면역글로블린)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공급되는 것인데 이 항체는 출생때 최대로 되었다가 출생 3주일쯤이면 반으로 줄어든다.
또 하나는 모유로부터 공급되는 면역체로 출생후 4개월쯤부터 스스로가 항체를 생산하게 된다.

<알레르기성엔 약해>
우리 몸의 면역기구는 대체로 인체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반대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알레르기반응이라고 하는 현상이다.
서울대의대 김유영 교수 (알레르기내과)는 어떤 물질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이것이 인체에 별로 해가 되지않아 항체를 만들 필요가 없는데도 특수한 체질을 가진 사람에게서는 과민하게 항체를 만들게 되고 다시 그 물질이 들어왔을 때 공연히 공격, 항원항체반응을 보이면서 좋지 않은 히스타민 등의 화학매개물질이 방출, 이것이 혈관이나 근육 등을 자극하여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알레르기라 실명한다.
이렇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레르겐이라 하는데 집먼지·집먼지진드기·애완동물의 털·꽃가루·우유·계란·고기 등이 그런 반응을 잘 일으키며 그 결과 기관지천식·화분증·알레르기성 비염·두드러기·알레르기성 결막염·과민성 쇼크 등이 생긴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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