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유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이 몸을 던진 현대 계동사옥 12층 회장실 책상위에는 鄭회장이 남긴 3통의 자필 유서가 남아 있었다.

가족과 김윤규 사장,불특정인에게 보내는 3통의 유서는 각각 봉투에 담겨 봉함돼 있었고,가족용 유서는 A4지 두장에는,나머지는 A4지 한장 분량이었다.

유서는 현대 마크가 찍힌 사내용 메모지에,휘갈쓴 것으로 보아,鄭회장이 투신 직전 급히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鄭회장은 유서 곳곳에서 대북사업에 대한 애착과 선친의 과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강한 자책감을 드러냈다.

김윤규 사장에게 보내는 유서에서 鄭회장은 金사장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내며 대북사업의 변함없는 추진을 당부하고 있다."명예회장님(편집자-故정주영 회장 지칭)께서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당신이 회장 모실때 보면 저희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그러면서 "당신 너무 자주하는 윙크 버릇을 고치세요"라며 평소 한쪽 눈을 깜빡거리는 金사장의 습관까지 언급하며 깊은 신뢰를 보여줬다.

겉봉투에 '지이 엄마'라고 적힌 유서에는 처자식을 다 살피지 못하고 떠나는 가장의 비통한 심정이 담겨있다.

"지이(편집자-큰딸 지칭)엄마.모든 것이 나의 잘못입니다.당신에게 모든(?)것만 남기는 군요"라며 부인에게 용서를 구하면서,자식들에게 "엄마 잘 모시고 살거라"라고 당부했다.

"이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어리석은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로 시작하는 자식에 대한 부분에서 鄭회장은 1남2녀인 자녀의 이름을 일일히 거명하면서 자식들을 걱정했다.

큰딸에게는 "지이야,오늘 보니 더 이뻐졌더군.나 때문에 너의 생활이..사랑해"라고 아쉬워했고,둘째 딸에게는 "영이.너를 볼때마다 어른이 돼 가는 것을 느끼는데..너는 굳건히 잘 살 거야"라고 적었다.막내 아들에게는 "영선아.너하고의 사랑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구나"라며 슬퍼했다.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유서에는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은채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저를 여러분 용서 바랍니다"라고 적었다.현대 관계자들은 鄭회장이 최근 현대 대북사업 관련해 구속되거나 피해를 본 사람들을 생각하며 심하게 괴로워했다고 증언하고 있어,이런 복잡한 심정이 문구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鄭회장은 가족들에게 평생의 숙원사업이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금강산 사업에 깊은 애정을 보이며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랍니다"라고 적고 55세의 생을 마감했다.

- 다음은 경찰관계자가 전한 유서의 내용-

<김윤규 사장에게 보내는 유서>

명예회장님께서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당신이 회장 모실때 보면 저희 자식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명예 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

당신 너무 자주하는 윙크 버릇을 고치세요.

<부인에게 보내는 유서>

○○엄마.

모든 것이 나의 잘못입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만 남기는 군요.

○○,○○,○○, 이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어리석은 아빠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랍니다.

○○야 오늘 보니 더 이뻐졌더군,

나때문에 너의 생활이. 사랑해

○○,너를 볼 때마다 어른이 돼 가는 것을 느끼는데

너는 굳건히 잘 살것이야

○○아 너하고의 사랑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구나

○○ ○○ ○○엄마 잘 모시고 살거라

<불특정 다수에 보내는 것으로 추정된 유서>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판독 불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저를 여러분 용서바랍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