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생명의 신비를 노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가장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이 세계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여기에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시조야말로 우리 민족이 세계 문학에 제공한 운율형식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수년래 우리의 청년문화는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민족고유의 사상과 전통미학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재발견으로부터 구현코자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대학생들의 작품을 뽑아 보았다.
『남사당』은 제재부터가 한국적이다. 남사당(패)이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춤·노래 등 흥행적인 놀이를 가지고 떠돌아 다니던 조선시대의 유랑연예인 집단이다. 그들은 대개 가난한 농가 출신이나 고아들이었으며, 그 놀이는 서민들에게는 환영을 받았으나 양반들로부터는 혐오와 모멸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아무 마을에서나 자유로이 공연할 수는 없었지만 흥행을 통하여 민중의식을 깨우기도 했다. 바로 이 시조는 남사당들의 애환을 인간의 본성적 애환으로 확대시킴으로써 공감을 얻고 있다. 『계란』은 생명의 신비를 노래한 시조다. 달걀껍질 속의 작은 공간, 그 꿈의 산실 속에서 파닥이는 숨결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시적 감수성일 것이다.
『갱생』은 태어남의 아픔과 삶의 혼돈을 의지적 지향성으로 전개한 좋은 사설시조였으나 지면관계상 정리한 것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봄 일기』는 현실적 상황과 자아의 인식상황을 조화롭게 서정화하는데 성공한 시조라 하겠다.
김제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