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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공세-야수세의 임시국회|정국기류가 심상치않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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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임시국회는 여러가지로 기이한 현상을 보여주고있다.「야=공세, 여=수세」의 종전 패턴과는 달리 이번국회에서는 여측이 시종 공세를 취하고, 심지어 공세 수준이 아닌 「도발」을 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난 반면 야당은 시종 자제를 보이고 판을 깨지 않으려는 노력을 눈에 띄게 보여주었다.
야당측으로서는 4·13조치를 위시해 범양사건·창당방해사건등 「호재」가 많은데도 목소리를 낮추고 노골적인 도발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같은 정국의 이상기류가 어디까지 계속되며, 특히 김영삼민주당총재를 겨냥한 여권의 강공이 과연 무슨 의도에서 어떤 결과를 겨냥한 것인지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여당이 몰아세우고 야당이 참는 모습은 대정부질문 3일간 계속 이어졌다.
민정당측은 예고한대로 김영삼총재의 올림픽발언과 민주당의 통일관계 정강을 첫날부터 문제삼아 특히 염길정의원의 원색적인 도발발언에서 절정을 이뤘고, 정부측도 『위법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 (노신영총리) 는등으로 민정당측과 보조를 맞췄다.
뿐만아니라 김총재 자택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급기야 사회단체회원이 그를 고발, 검찰이 입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때맞춰 김성기법무장관은 8일 저녁 답변에서 85년이후 김총재의 해외발언을 분석, 법저촉 여부를 검토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김총재나 민주당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상대할 필요조차 없다』『저들이 모종의 복선을 깔고 의도적으로 나오는게 뻔한데 말러들 필요가 없다』는 등으로 애써 외면하고 자제 일변도로 나오고 있다.
이같은 기이한 형태의 공방으로 야당측이 벼르던 4·13조치, 범양사건, 창당방해등의 문제는 실은 별로 깊이있게 다뤄지지 못한게 사실이고, 오히려 김총재에 대해 당국의 무슨 조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데 온통관심이 쏠리게됐다.
민정당 간부들은 이번국회의 이런 양상에 대해 『두김씨 상대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는 시금석으로 이번 국회를 운영한다는 방침에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한다.
여권수뇌들은 이번 국회에서 예상되던 민주당측의 4·13개헌유보조치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선제하기위해 야권의 전열 정비가 덜 이루어진 호기를 최대한 활용키로 전략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논리에다가 민주당측 대응방향을 떠본다는 탐색적의도, 어차피 당분간 정국을 일방주도하지 않을수 없다는 판단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됐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민정당간부들은 민주당소속 일부의원에 대한 구속·기소와 범행해 의석수에 상응한 민주당대우론을 펴는등 국회소집전부터 야당전열약화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이런 차에 민주당의 김영삼총재취임사와 통일 관계강령이 호재로 『굴러들어왔다』고한 당직자는 말했다.
민정당수뇌들은 처음에는 이를 무시할 의사도 없지않았으나 고위층의 지적과 특히 서울올림픽을 나치치하의 베를린올림픽에 비유한 발언이 여론의 비판을 받는다는 나름대로의 분석을 갖고 강성대응을 하기로 급선회했다는것.
당직자들은『그의 발언을 사법대응하는 것은 10·26이전 김총재 제명사태의 재판을 야기할 우려도 없지않은데 우리가 왜 그런 자충수를 두겠느냐』며 최대한의 지속적정치공세로 활용하고 또 유사시에 대비한「사실관계축적」도 한다는 의도라고 설명.
그러나 상이군경회원들의 김총재 자택앞시위와 고발조치가 뒤따르고 김법무장관이『85년이래 김총재발언에 대한 법저촉여부 검토』발언등이 나오는 것을 보면 민정당이 당초생각했던것보다 한걸음 더 나간 상황인것 같다.
이같은 여권내 강경기조의득세는 극렬발언을 한 염길정의원등 질문자에 대해 고위층이 『할만한 말을 용기있게 잘했다』고 격려했다는 얘기에서도 읽을수 있다.
또 상당수 민정당의원들간에는 두김씨에 대한 모처럼의 맹렬한 비판을 후련해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측은 강한 외풍이 부는만큼 일단 맞바람을 피하고 내부 전열을 새롭게 갖춰 때를 기다린다는 속셈이었지만 그러나 민정당의원들이 전례없이 강한 대야공세를 퍼붓고 여권 상층부에선 격려까지 보내는 현실을 접하곤 『의외』라며 다소당황하고 있다.
때를 같이해 김총재에 대한 성토데모·고발이 잇따르고 검찰의 움직임까지 수상쩍은데에 한층 경계심을 갖게됐다.
민주당의원들은 본회의 대정부질문기간에 있었던 이같은 원내외의 사건들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심상찮다』는 말을 주고받는다. 야당의 숨통을 죄려는 여권의 통일된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여기서 민주당측은 여권의 구도가 무엇인지, 후속조치는 어떤 것인지등 방향탐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계속되는 여권의 강성기류를 정치일정을 확정시켜 놓은뒤 내놓는 계산된 행동이 분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계산된 행동」은 후속조치라는 칼날을 숨겨놓고 야당이 성밖으로 나와주기만을 기다리는 다분히 도발적성격을 지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편으로는 권력 승계시기가 가까와짐에 따른 여권내의 긴강탓이 아닌가 하고 묘한 눈초리를 보내는 의원들도 있다.
어쨌든 계산된 도발에 말러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들이다. 다시말해 파국을 자초하지도, 빌미를 제공하지도않겠다는 소극적 수비위주의 전략이 자연스레 마련된 셈이다.
물론 이러한 조심스런 행마는 의원들의 심리적 위축감도 큰 요인이 되고있는게 사실이다.
의원들은 실제 창당과정에서 유무형의 압력을 받아왔고 이를 4·13조치와 그직후 있은 의원들에 대한 잇단 사법적제재등을 연결시켜『눈에 보이지 않는 비상조치』가 이미 발동됐으며 지금까지 계속중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쩌면 올림픽이후까지 현수준의 기압을 유지해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대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본격 장외투쟁의 명분도 확보하고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간접지원도 의식하는 한편 실제 대화 성사에 따른 전기마련도 기대하는 눈치다.
신민당과 국민당은 4·13조치 철회를 역세하고 나선점은 민주당과 같으나 그 강도와 해결방안에선 큰 폭의차이가 있음을 엿볼수 있다.
신민당은 선민주화조치쪽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국민당은 올림픽직후 개헌확약과 차기정권의 과도화를강조하고있다.
이때문에 민주당 쪽에선『4·13조치에 대한 사실상묵인』이라고 의혹의 눈총을 쏟고 있으며 더나아가 선거법협상등에 의한 현행헌법하의 대통령선거참여, 또는 재편된 정치질서 속에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까지를 낳고있다. <이수근·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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