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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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아일랜드 분쟁을 싸고 영국 의회가 걷잡을수 없이 격동했을 때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여성의원 「데블린」이 흥분한 나머지 장관석으로 달러가 「모들린」 내상의 머리를 잡아챘다.
그때 「모들린」내상이 껄껄 웃으며 한 말이 걸작이었다.
『내 머리는 언제나 손자녀석한테 꺼들린다니까』
점잖기로 유명한 영국 의회에서 폭력이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그 폭력조차 그처럼 익살스런 재치로 극복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는게 역시영국의 강점인것 같다.
20세기초 독일의회에선 헌법에 관한 논쟁이 벌써 여러달 계속되고 있었다.
사민당의 「샤이데만」이 발언하기위해 연단에 올라서자 공산당의원들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불량자! 무뢰한! 전쟁 도발자!』「샤이데만」이 겨우 입을 열어 몇마디 하자 고함소리는 더욱 높아갔다.
「샤이데만」들어가라! 꺼져라!』그러자 「샤이데만」은 천천히 대답했다.
『말씀대로, 이제 30분만 있으면 저는 갑니다. 식사를 하러…』
국회의원쯤 되면 그만한 뱃심과 유머감각이 있어야 국정을 논할수있다.
프랑스 의회에서 수학자 출신의「팡르베」의원이 「브리앙」내각을 맹렬히 공격하고 연단을 내려오자 「데슈팔」의원이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통쾌한 공격이며 재치있는 연설이었소. 그러나 잘 알아두실 것은 당신이 장래 입각할 내각은 「브리앙」내각일 것이오. 정계란 대체로 그런 곳이오.』
과연 그 예언은 적중했다.
의회란 곳은 그처럼 말이 난무하는 곳이다. 때로는 말대신 주먹도 날지만 원칙적으로 말싸움이많은 곳이다.
의회정치의 본고장인 영국인들은 의회를「말 가게」(Talking shop)라고 야유한다.
철학자「존·스튜어트·밀」은 그런 야유에 대해 『의회란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곳인만큼 말이 많은것은 당연하다』고 반론을 폈다.
영국의회에는 두가지 금기가 있다. 하나는 발언의 동기를 비난, 공격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과격한 표현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욕적인말, 저질성명은 비의회적 표현(Unpariamentary express)으로서 의장직권으로 취소를 명할수있다.
다만 그 발언은 의사속기록에 남겨서 영원히 역사와 의원일반에 주의를 환기하는 도구로 삼는다.
우리 국회의원이 상대당을 「태어나선 안될 정당」이라 하고 상대당의원을 「시정잡배」 로 몰아친 말은 어떻게 역사에서 평가를 받을지 두고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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