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 국어교과서의 문학작품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대부분"|문학교육연구회 현장교사들이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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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국의 약5백만명에 이르는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한결같이 보고 배우는 국어교과서의 문학작품들은 과연 바람직한 삶을 가꾸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인가다.
교과서의 문학작품들이 학생들의 감수성을 오염시키거나 잘못된 민족관·세계관을 보여준다고 우려하는 문학교육연구회 ]명의 현장교사들이 초·중·고교 국어교과서를 분석, 『삶을 위한 문학교육』을 펴냈다.
국민학교 시교육에서 첫번째로 지적된 문제는·자연경물 및 유아들을 ??하는 식의 시들이 너무 많아 피상적인 자연이해나 유아적 퇴영에 머무르게 할 여지가 많다는 것. 국민학교 3∼6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49편의 운문을 분류하면 동시는 38편 (77·6%), 고시조 6편(12·2%), 현대시조 4편 (8·2%), 전래동요 2편 (2%)이다. 또 동시 중 23편은 자연경물 완상시, 10편은 유아적 완상시로 되어 있어 어린이의 삶이 닯긴 아동생활시가 매우 아쉽다는 주장이다.
두번째 문제는 어린이들의 실제생활과 부합되는 시는 찾아보기 힘들고 그 대신 말재주와 기교에 찬 어른의 동시만 판을 치고 있다는 점. 어린이들이 『참 재미있다』는 느낌보다 『참 그렇구나』 『나도 쓸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은 자신
의 생활경험에서 우러난 감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만큼 어린이들이 쓴 시도 많이 수록하여 표현욕구를 북돋워 줘야한다는 것이다.
세째, 말만 기교적으로 꾸미는 「글짓기」 가 아니라 어린이의 자기생각과 생활을 털어놓은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 3학년2학기 교과서의 첫 시쓰기 지도방법의 경우 남의 생각을 정리하여 행과 연을 만들고 같은 말을 반복하여 글자수를 맞추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가장 재미있고 손쉽게 여겨질만한 전래동요는 단 1편인데 비해 예부터 내려오는 노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없는 시조가 전체의 20·4%나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이야기글의 경우는 우선 동화속 언어들의 거의가 서울 중산층 중심의 표준말이고 생활언어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야기의 배경은 분명히 지방인데도 언어는 전혀 시골사람들이 쓰지않는 식이어서 진실성·재미·감동 등을 떨어뜨린다는 것.
언어의 소외는 삶과 인간의 소외와 통하는만큼 지방어린이들에게 상대적 열등감과 위화감을 심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동화의 등장인물도 농촌어린이를 대표할 수 있는 어린이, 도시·산업사회의 문제를 안고있는 어린이, 감수성이 매우 풍부한 어린이, 정의감과 현실감각이 뛰어난 성격 등 다양한 개성과 여러 부류를 대표할 수 있는 전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밖에 번안동화 및 개작된 문학작품들의 경우 마구잡이로 줄이고 바꿔버려 원작의 감동과 재미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문학교육을 위해서는 우선 교과서 편찬과정을 민주화해서 평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 또 학급문집 만들기, 이야기·노래의 구연 및 채록, 탈춤·생활극 공연등 교과서를 벗어난 다양한 문학교육방법도 매우 중요하므로 일부 뜻 있는 교사들의 이 같은 노력을 소위 「문제교사」의 증거로 삼는 풍토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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