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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좋은 김치, 나트륨이 문제라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정심교 기자]

김장철이다. 연중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재배되는 배추는 영양과 맛이 최상이다. 김치는 유산균의 보고다. 하지만 나트륨의 주요 급원이기도 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에 가장 기여하는 식품은 배추김치(15.5%), 라면(4.5%), 총각김치(3.5%), 된장국(3.4%), 미역국(2.6%) 순서다. 김치의 건강상 이점 및 나트륨 섭취량 줄이는 법을 알아본다.

장 튼튼해지고 살도 빠져 1석 2조

김치는 장 건강을 돕는다. 배추·고추·파·부추 등 김치에 들어가는 갖가지 채소에는 부드러운 섬유질이 많다. 따라서 변비를 예방하고 장염이나 결장염 등 장 질환을 막아준다. 실제로 김치를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은 늘고 유해균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식품과학회는 20~30세의 건강한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생균제와 항생제·발효 유제품을 제한하고, 김치 섭취군과 비섭취군을 비교 실험했다. 그 결과 매일 200g의 김치를 섭취한 군에서 김치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와 류코노스톡의 수가 장내에서 증가했다. 그뿐 아니라 장내 유해효소로 알려진 β-글루코시다아제와 β-글루쿠로니다아제는 줄었다.

김치는 소화·흡수 작용을 돕는다. 채소의 즙이 소금과 만나면 소화 활성 기능을 가진 단백질 분해효소 ‘펙틴’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채소에는 칼슘·구리·인·철분 등 각종 미네랄이 들어 있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김치는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김치의 대부분은 수분으로 이뤄져 열량이 매우 적다. 100g당 동치미는 9㎉, 배추김치는 29㎉, 열무김치 31㎉, 깍두기 40㎉, 파김치는 55㎉에 불과하다. 그뿐 아니라 고추에 많이 든 캡사이신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줘 이미 다이어트 식품의 소재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김치 나트륨, 체내 흡수량 의외로 적을수도 

하지만 김치를 꺼리는 큰 이유가 바로 나트륨이다. 김치를 담글 때 적절한 양의 소금을 넣는 것은 유산균의 증식을 도와 김치 특유의 맛과 향을 내게 하고  배추 조직이 물러지는 것을 억제한다. 하지만 소금의 과다 섭취는 고혈압·심혈관 질환·신장질환·위암·비만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나트륨의 하루 섭취량을 최대 2000㎎으로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4791㎎·2011 국민건강영양조사)은 WHO 권고량의 2배를 훌쩍 뛰어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김치류, 찌개류, 면류 순으로 음식을 통해 나트륨을 섭취한다. 이 중 김치는 전 연령대에서 많이 먹는다. 김치 100g에는 약 700~800㎎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한 끼 식사에 김치를 곁들인다면 나트륨 섭취량은 껑충 뛴다. 하지만 김치의 나트륨은 대다수가 체내에 쌓이지 않고 배출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치 나트륨 함량의 대부분은 소금에 절인 채소인데, 채소의 식이섬유는 소화되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실제 인체에 흡수되는 나트륨은 섭취한 나트륨과 비교해 매우 적을 것이라는 학설이 제기된다.

저염김치, 맛·질감 떨어지지 않아

건강에 유익한 세균인 유산균 숫자에 있어서도 저염김치와 일반김치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식품과학회지 최근호에는 나트륨 함량을 대폭 줄인 저염(低鹽)김치가 일반김치에 비해 단 맛은 더 강하면서 매운맛·신맛·감칠맛과 아삭아삭한 질감에선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한경대 영양조리과학과 황은선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일반김치와 저염김치의 당도는 당도계 상으론 별 차이가 없었다. 막 담근 일반김치와 저염김치의 당도는 각각 9.85·9.9 브릭스(Brix)였다. 제조 5일이 지나면 당도가 일반김치·저염김치 모두 빠르게 감소했다. 제조 1일차의 당도에 비해 50% 정도 줄었다. 제조 10일 후부터는 일반김치·저염김치 모두 당도가 천천히 줄었다.

황 교수팀은 "김치의 저장기간이 길어지면서 당도가 감소하는 것은 발효 미생물이 에너지원으로 김치의 당(糖)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pH의 감소, 유산균 숫자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김치와 저염김치는 당도계 상으론 당도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 소비자의 혀를 통해선 단맛의 강도 차이를 나타냈다.

황 교수팀은 20∼50대 소비자(주부) 50명을 대상으로 일반김치와 저염김치의 기호도와 단맛·신맛 등의 강도를 9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기호도나 강도가 높을수록 높은 점수가 매겨진다.

소비자 패널 조사에서 짠맛의 강도는 일반김치(6.5점)가 저염김치(4.7점)보다 높았다. 젓갈 맛의 강도도 일반김치(5.3점)가 저염김치(4.4점)보다 높게 평가됐다. 단맛의 강도는 일반김치(3.9점)보다 저염김치(4.5점)보다 낮았다. 저염김치를 더 달게 느낀 것이다. 매운맛·신맛·감칠맛·아삭아삭한 질감 강도 점수에선 일반김치와 저염김치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김치의 색(외관)에 대한 선호도는 일반김치(6.3점)가 저염김치(5.5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김치를 제조할 때 넣는 소금은 배추의 삼투압을 증가시키고 유해 미생물의 생장을 억제하며 유산균의 증식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상 외로 일반김치와 저염김치는 건강에 이로운 세균인 유산균 숫자에서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건강 돕고 맛있는 김치를 담그려면

맛있는 김치를 담그려면 배추에 물과 산소가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람과 달리 김장배추는 물과 산소를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저온에서 장기저장했을 때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배추에 양념을 무칠 때는 줄기에서 잎 방향으로 문지르지 말고 줄기 안쪽 깊숙이 양념이 묻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양념에 전복과 굴 등 해산물을 넣으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더해진다.

맵고 짠맛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에게 김치는 두려운 식품이다. 이럴 땐 이색김치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소금과 젓갈 대신 발효식초와 매실청을 이용하면 새콤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다. 오이와 당근·사과·땅콩을 넣으면 아이들이 골라 먹는 재미를 들이며 발효의 기능성분도 섭취할 수 있다.

Tip. 김장김치 맛있게 담그려면
-배추는 줄기 사이가 너무 붙거나 엉성하지 않은 것으로 고른다(2.8~3.3㎏가 적당)
-너무 단 맛의 배추는 김장김치용으로 적당하지 않다
-양념은 배추 뿌리에 가까운 줄기 안쪽에 묻힌다
-무 껍질에는 속보다 비타민 C가 6배 많으므로 껍질째 사용한다
-절임용 소금은 간수가 빠진 천일염을 선택한다
-젓갈은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구수하고 생선 특유의 감칠맛이 나는 것으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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