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도의 ?을 되살린다|「작은일」부터 지역개발 앞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4월18일 하오7시, 충남 부여읍내 향우식당.
백제사적연구회 회원 30여명이 모여 월례회의를 열었다.
『고도의 긍지를 드높일 전반적인 지역사회 개발연구를 보다 강화하도록 합시다. 우선 기초작업으로 금년부터 회지를 발간, 우리 나름대로 연구해온 백제문화와 백제정신을 선양하고 백제사적연구회관 건립 및 상임연구원양성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참석 회원들은 일제히 박수로 동의했고 다른 회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당면 활동으로는 국내 학자·대학생들의 부여지역 유적답사와 외국인 관광객의 안내를 통한 백제문화 홍보를 더욱 활발히 전개하는게 좋겠읍니다.』
이날 모임은 5월 답사지를 부여근교의 백제시대 청마산성으로 정하는데서 공식회의를 끝냈지만 정담을 곁들인 「고도 부여」를 가꾸기 위한 자유토론은 밤12시까지 계속됐다.
최근 지방자치시대의 개막을 맞으면서 지방의 옛 고도들이 그림같은 정경을 담은 영광스런 고도문화를 새삼 꽃피우려는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백제문화권의 부여와 공주, 가야문화권의 고령 등이 그 대표적 예다.
백제사적연구회 (회장 송태희·현 회원 36명)는 지난 64년부터 부여를 옛 백제의 고도답게 개발, 백제정신이 오늘에 살아 숨쉬는 지방문화의 한 요람으로 가꾸자는데 앞장서 왔다.
「오늘의 백제인」을 살고간 고 ?제 홍사준선생 (전 부여·경주박물관장)의 유지를 계승, 뜨거운 향토애를 불태우는 「사랑방 모임」으로 시작한 이 모임의 회원들은 하나같이 전문학자도 아니고 고도개발의 직업적 종사자들도 아니다.
이들의 고도문화 가꾸기운동은 읍내의 보도블록에 백제시대 문양전의 문양을 넣도록 읍 당국에 건의, 실현시키거나 (78년) 사적 3백1호 정림사지 청소를 맡는 등의 「작은 일」들로부터 출발했다. 정부당국이 79년 백제문화권개발계획을 세울때는 부여∼정산∼유구∼온양∼평택∼서울을 잇는 도로개설 등의 내용을 담은 자체 백제문화권개발마스터플랜을 마련해 관계요로에 보냈고 최근에는 부여 금성산의 산책로 개설을 군 당국에 건의, 수용되기도 했다.
회원들은 일요일·공휴일 등을 틈내 백제 유적지들을 답사하면서 유물들을 수집, 그동안 국립부여박물관에 1백20여점이나 기증했다. 기증유물 중에는 보령 성주사지에서 수집한 『성주사사적비』조각, 『석불두』와 부여군 규암면출토의 『백제기대』 등과 같은 중요문화재도 들어있다.
「백제인의 후예다운 삶을 살자」는 표어아래 뭉친 이 연구회 회원들이 강조하는 백제혼은 개척정신-.
백제사적연구회는 건국과 번영·해외활동·패망의 역사에서 보여준 「백제혼」을 널리 선양키위해 전 군민의 관광요원화 교육에 앞장서 왔고 여름·겨울방학때는 부여군출신 대학생수련회를 실시, 강의와 현장답사를 통해 고도부여인의 긍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고도문화 개발을 위한 기초작업으로는 한달에 한번씩 실내연수와 현장답사를 번갈아 하면서 외부에서 전문가가 오면 초빙, 강의를 듣기도 하고 정부당국이나 대학박물관의 발굴이 있으면 좇아가 백제문화에 대한 심층의 견문을 넓혀왔다.
그동안의 중요 답사실적은▲탄현산성 (67년·충북 옥천)▲계백장군 묘소(68년·충남 논산) ▲성왕전사지 (70년·충북 옥천)▲왕진리 백제도요지 (70년·부여)▲백제 왕능지 및 조?사지발견(71년·부여) 등.
최근 몇해동안 임대료 지불이 어려워 사무실도 못가졌던 백제사적연구회는 새로 건립된 군민회관에 방을 하나얻어 오는 6월 입주, 새로운 의지로 부여의 고도개발을 위해 헌신할 계획이다.
경주의 신라문화동호회와 고령의 대가야연구회 등도 지방문화로서의 고도문화를 새롭게 개발하려는 활동을 펴오고 있는 향토인들의 모임이다. <부여=이은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