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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대화만이 난국 풀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4·13 호헌 선언이 전두환 대통령의 마지막 생각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진정한 실질대화만이 현 시국을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통일민주당이란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 제1야당의 총재 김영삼씨는 취임 제1성으로 「실질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비굴하게 구걸하지는 않겠다』고 한다.
27세때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3대 국회에 첫발을 디딘 이래 7선을 기록하며 원내총무를 5차례 지냈고 제1야당 총재는 이번으로 세번째다.
공화당시절 3선 개헌 반대투쟁·유신반대 투쟁에 이어 현재의 직선제 개헌투쟁에 이르기까지 야당의 앞강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험난한 길을 이끌어 왔다.
-취임 소감은.
『사실 구 신민당 총재를 두번씩 한 사람으로 다시 총재를 하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읍니다. 솔직이 얘기해서 이 자리를 맡고싶지 않았어요. 그러나 조국 민주화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고 늘 이야기해놨듯 그런 차원에서 십자가를 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민주당은 개헌정국으로의 복귀를 제1차 투쟁목표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를 어떤 방법으로 추진할 생각입니까.
『4·13선언은 어느 대목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요. 합의개헌이 안 되는 핑계를 야당쪽에 돌리고 있지만 아직 아무리 짧게 잡아도 6개월 이상의 시간여유는 남아 있잖아요.』
-실질대화를 제의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온건 야당」과만 대화하겠다고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다소 언성을 높이며)인위적으로 배제한다고 되나. 요즘 보니 끼리끼리 모이도록 만들어 주더군. 국민은 다 알아요. 또 김대중·김영삼하곤 얘기 안하겠다고도 하지만 우리 둘이 어디로 갔읍니까, 없어졌나요. 있는 것을 없다고 하면서 딴 방법을 생각하다간 불행한 사태밖에 없어요.』
-민주당은 통일민주당을 4분의1로만 상대하겠다고도 하는데요.
『가소로운 얘기지. 누가 보든 통일민주당은 야당의 대표예요.』
「실질대화가 이뤄지면 어떤 이야기를 할 계획입니까.」
『만나서 대화하는 자체가 중요한 거요. 서로 맞대고 앉아 진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실마리가 풀립니다.』
-정부·여당의 개헌논의 유보 의지가 매우 강한데 개헌논의를 재개시킬 수가 있다고 봅니까.
『우리는 어디에 있든 「최고·최선의 길은 개헌이다, 직선제 개헌뿐이다」고 주장할겁니다.』
-청와대에서의 4당 대표회담이 있게 되면 참석하겠읍니까.
『(한참 머뭇거린 뒤)생각 안해 봤는데….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얼마만큼 가슴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느냐하는 점이니까. 그때 생각해봅시다.』
-개헌 서명운동 때와 같은 장외투쟁을 또 구상하고 있읍니까.
『물론 그렇죠. 비폭력·평화적 방법으로 때리면 맞고 감옥에 보내면 가고 연금하면 당하면서 계속 투쟁할 겁니다. 또 국회투쟁도 합니다. 원내외 투쟁을 겸해야죠』
-국민들은 극한대결을 전망하곤 몹시 불안을 느끼고 있읍니다.
『정국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는 전적으로 여당 쪽에 달려 있읍니다. 「온건야당」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데 아마 자기들 말 잘 듣고 순종하는 야당을 말하는 모양이지. 그건 야당이 아니예요.』
-범야통일기구를 만들겁니까.
『재야지도자들과 상호 연대관계아래 긴밀한 협조체제를 이뤄나가기로 했읍니다. 그러나 공동기구 같은 것은 구성하지 않기로 얘기 됐읍니다.』
-호헌과 내각제 개헌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읍니까.
『(곤혹스런 표정으로) 내각제 말만했지 사실은 개헌을 안하려는 술책이었음이 드러났는데 뭘. 내각제를 주장한 지난 1년간 그에 대해 노력한 흔적이 하나도 없잖아요.』
-5월 정국을 전망해주시죠.
『매우 심각하고 어려운 시기입니다. 학원가 움직임 등 어느 때보다 어려운 사태로 간다고 보여집니다. 학생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말은 어떤 경우도 폭력을 쓰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쿠데타나 민중혁명이 다시 있어선 안돼요. 나도 그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읍니다. 그러나 평화적 혁명을 거부하면 끝내 폭력혁명이 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돼요.』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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