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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민주당의 출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통일민주당의 창당, 군소 야당의 통합 등 야권의 구조개편이 사실상 마무리됨으로써 정국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4당 시대」전개와 함께 「선명」기치를 내건 신당과 집권당과의 관계 정립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분당까지의 과정, 재 창당되기까지의 우여곡절 못지 않게 신당의 전도는 험난하리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벌써부터 여당은 야당의 강경 노선에는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자세를 다지고 있다. 민정당은 『개헌논의를 빙자한 국민선동을 용납치 않겠다』면서 온건야당과만 대화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반면 신당은 개헌을 위한 장내외 투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국이 순탄치 못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야권의 분권사태,「4·13조치」로 이어지는 정국의 급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운이나 여백을 남기지 않는 우리 나라 정치의 저돌성에 다시금 불안감을 갖게 된다.
정치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를 하면 다른 분야가 아무리 발전을 해도 세상이 조용하지 않다.
어느 외지는 현대자동차를 만드는 나라의 정치가 그 꼴이어서야 되겠느냐는 충고를 했고 단식중인 한 신부는 정치인이라면 꼴도 보기 싫다는 뜻의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정치가 제 구실을 못하고 정치인들이 이처럼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물론 여야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어느 한쪽의 성의나 노력만으로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정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건 잘못되는 일체의 책임이 어느 한목에만 있다고 하는 논리는 성립되기 어렵다. 설혹 산술적으로 10분의 1밖에는 책임이 없다해서 면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통일민주당에 대해 대여 전략에서 보다 유연성을 띠기를 바라는 것 그 때문이다.
가렴 정부형태만 해도 그렇다. 정부선택권을 국민에게 되돌려 주는 방법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가장 확실하다고 해서, 또는 이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고 해서 그것만이 민주적이며 다른 어떤 제도도 용납될 수 없다는 자세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제도가 어떤 것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에 있음을 우리는 누누이 강조해온 바다.
정치에서 名分은 현실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명분에만 집착해서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수는 없다.
정당운영에서 ,당리당략이 작용하는 일은 불가피할지 몰라도 어떤 경우건 국민 여망을 저버리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더우기 구원이나 감정으로 대립만을 거듭하면 정국은 더욱 꼬이면 꼬였지 풀릴 수 없다.
거듭 지적하거니와 정치에 있어 가장 절실한 것은 대국적인 판단과 현실에 바탕한 전술전략의 유연성이다.
야당이 정부·여당이 지니고 있는 막강한 강제력, 정보력, 조직력을 인정해야 하듯 여당 또한 야당의 실체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할 것이다.
다당시대에 돌입한 정국이 극한대치로 치닫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풀리기를 간절히 바라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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