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수만 “3국 프로듀싱·시장·기술 뭉쳐 세계1등 스타 만들자” 후쿠다 “신에너지·고령화, 동북아 공통과제 함께 연구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제11회 한·중·일 30인회의가 5일 일본 시즈오카 니혼다이라 호텔에서 열렸다. 오전 전체 세션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참석자들 뒤로 구름에 가려진 후지산 정상이 보인다. 앞줄 왼쪽부터 오카다 나오토시 니혼게이자이신문 사장, 다테이시 후미오 오무론 회장, 간위란 신화사 세계문제연구센터 부연구원, 오타 히로코 전 경제재정상, 김명자 전 환경장관, 도야마 아쓰코 전 문부과학상, 쩡페이옌 전 중국 부총리,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이홍구 전 총리, 가와카쓰 헤이타 시즈오카현 지사, 우샤오링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재정경제위원회 부주임, 가와구치 요리코 전 일본 환경부 장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고미야마 히로시 전 도쿄대 총장,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류정룽 신화사 부사장. 뒷줄 왼쪽부터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센터 대표이사, 쉬핑 제1자동차그룹(FAW) 회장, 저우다디 중국에너지연구회 부상임이사장, 주즈신 전 국가발전개혁위 부주임, 시가 도시유키 닛산자동차 부회장, 마스다 히로야 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객원교수, 셰전화 중국기후변화특별대표,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원희룡 제주지사, 장쓰셴 상하이교통대 대학위원회 서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후정웨 전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다나카 아키히코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 히라타 야스오 니혼게이자이신문 고문, 하라다 료스케 니혼게이자이신문 논설위원. 이번 한·중·일 30인회의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박종근 기자

│한·중·일 3국 대표 기조연설 요약

북핵, 미·러와 협력해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야

이홍구 전 총리=한·중·일 3국은 정치적 차원에서 지리적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너무 오랫동안 동서양을 갈라놓고 생각의 틀을 맡겨놨다. 아시아를 생각할 때 미국과 러시아는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까운 나라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완성 단계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운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러시아 등 큰 나라들이 우리 지역의 일원으로 들어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한·중·일 30인회 11차 회의

가장 특수한 이해관계자는 북한이다. 남북한은 물론 동북아, 미국과 중국까지 핵전쟁의 위험 속에 몰아넣고 말았다. 한·중·일만의 3자 노력에 더해 미국과 러시아의 협조도 연계시킨 6자 구도가 실현될 수 있도록 외교적 상상력과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군사·경제 양면에서 세계 1~4위인 미·러·중·일이 모두 여기에 있다. 이 네 나라가 외교적으로 한반도 문제,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세계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외교의 부활, 즉 외교가 앞장서는 시대가 와야 한다.

공용한자 808자 도쿄올림픽서 활용할 수 있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 우선주의 를 표방하며 국제적인 틀을 변경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세계가 떨고 있다. 동아시아는 트럼프 당선의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동북아 3국이 보다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중·일 경제 규모를 합치면 미국에 필적할 정도다. 이 때문에 우리가 동요해서 세계 불안정에 박차를 가할 필요는 없다. 3국의 협력은 여러 분야에서 가능하다. 가령 파리 협정의 경우 중국과 한국이 가입했는데 일본은 뒤처졌다. 정책 판단 잘못이라고 본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한·중·일이 협력할 수 있다. 중국의 싼샤(三峽)댐은 7년 전 완성됐는데 2250만㎾급이다. 일본의 댐이 33만㎾인 것에 비하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싼샤댐을 본보기로 삼아 분발해야 한다. 3국의 공통 문제인 고령화 문제에도 공동 연구 등 협력이 가능하다. 중국에서 일본의 양로 복지 시설을 시찰하러 오는 분이 많다. 또 30인 회의의 성과물인 공용 한자 808자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산업·전자상거래를 새 협력 분야로

쩡페이옌(曾培炎) 전 중국 부총리=일부 국가에서 적잖은 사람들이 경제성장 둔화의 원인을 글로벌화에서 찾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글로벌화의 수혜자였는데 올해 미 대선에서 핫이슈로 부상했다. 정말 방향을 돌린 것인지 깊이 사색해야 한다. 글로벌화는 합리적 자원 배분이란 객관적 요구에 따른 것이고 계속 그 수준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이 향상되면 글로벌화의 흐름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글로벌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일부 국가 내부의 경제구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3대 경제권인 북미와 유럽·동아시아 가운데 유럽은 경제 일체화가 형성된 반면 동아시아는 각자 고군분투하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경제공동체를 향한 전망이 아주 좋지만 동북아는 뒤처지고 있다. 30인회가 제안했던 한·중·일 FTA에서 시작해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는 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루트다. 한·중·일의 새 산업협력 분야로 인터넷 산업과 과경(跨境·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를 들 수 있다.


│분과 회의 주요 내용

사공일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공통 규정 필요”

경제·금융=트럼프 리스크를 둘러싼 한·중·일 공동 협력 방안과 더불어 각국의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공통 규정을 마련하자는 논의가 오갔다.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은 “드론의 경우 중국은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데 비해 한국은 규제가 많아 실험도 못한다”며 “한·중·일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선 공통의 규정·규제가 필요하다. 정부가 참여하는 공동연구 준비단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도 “3국이 빅데이터의 어젠다를 만들면 국내적으로 각종 규제에 꽉 막힌 금융·산업 데이터를 활용할 길이 열린다”고 공감했다. 오타 히로코(大田弘子) 전 경제재정상은 “국경을 넘어선 비트코인의 송금과 소유권 이전의 경우 각국 간 감독·규제를 동일화해야 한다”며 “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도입과 조속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샤오링(吳曉靈) 전인대 상무위원도 “빅데이터의 확산과 공통 규정 마련은 각국의 금융 소외 계층을 없애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셰전화 “탄소 배출권 거래 위한 표준 도입해야”

환경·에너지=한·중·일 공동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과 스마트시티 구축을 주제로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한국에서 지난해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됐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많이 오른다”며 “중국이나 일본에도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세 나라에 공동 적용할 수 있는 배출권 거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는 “3국 간엔 배출하는 탄소 총량과 거래 가격, 탄소 절감 기술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당장은 공동시장이 어렵다. 공동의 표준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도 지사는 “제주도는 현재 에너지가 남으면 저장했다가 모자랄 때 추가 공급하는 스마트그리드 시범마을을 운영 중이다. 내년 초엔 모델하우스처럼 일반에 공개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의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은 향후 전 세계 2500여 개 섬과 고립된 도시, 저개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마스다 “고령자가 고령자 돌보는 비즈니스를”

문화·교육=저출산·고령화 문제와 대학·지자체 간 교류 등을 논의했다. 마스다 히로야(?田?也) 전 총무장관은 일본의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1800개에 달하는 기초자치단체가 2040년에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마스다 전 장관은 “고령자가 더 나이 많은 고령자를 돌볼 수 있는 실버 비즈니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 한·중·일이 같이 협력해 노년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도야마 아쓰코(遠山敦子) 전 문부과학상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관련해 3국이 공동 연구소나 TF를 만들어 정보 교환을 넘어 실천적인 제안의 장이 되게 하자”고 말했다.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유럽연합(EU)은 에라스무스(ERASMUS)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교류 지원 프로그램을 활발히 하고 있다”며 “한·중·일 대학도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교류하고 함께 연구하자”고 강조했다.

│행사 이모저모

한·중·일 대학생 “저출산 해결하려면 일자리, 안심하고 아이 낳을 수 있는 환경 마련돼야”
3개 국어로 ‘시즈오카 선언’ 발표
“함께 고민 토론하며 이해 폭 넓혀”

5일 일본 시즈오카(靜岡)에서 열린 30인회의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된 사람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였다. 세 나라 모두에서 인기 스타를 키운 장본인인 그가 30인회 멤버로 첫 합류함으로써 회의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씨는 오전 전체회의에서 발언에 앞서 2분40초간의 동영상을 선보였다. 외국인 최초로 베이징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SM타운 합동 콘서트, 일본 닛산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14만4000명을 동원한 동방신기 콘서트 등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는 SM 소속 가수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한·중·일이 협력해 ‘동양의 할리우드’와 같은 아시아 중심의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동서양의 경쟁 구도가 심화된다고 볼 때 아시아가 교류·협력을 통해 전 세계 1등 셀레브리티를 만들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중국의 시장과 한국의 프로듀싱, 일본의 마케팅과 기술을 결합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 행사에서는 한·중·일 세 나라 대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시즈오카 선언’을 발표하는 부속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행사에서 한국인 유학생은 일본어와 중국어를, 일본인 대학생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선언문을 발표해 “한·중·일 교류 협력을 몸소 실천한 젊은이들”이란 찬사와 함께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학생들이 마련한 시즈오카 선언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한국 충청남도, 중국 저장(浙江)성, 일본의 시즈오카현 등 세 지역의 대학생 대표들이 지난 8월 시즈오카현립대학에 모여 토론한 뒤 채택한 결과물이다.

대학생들은 “젊은 세대가 불안감 없이 결혼할 수 있는 고용환경, 아이를 안심하고 낳을 수 있는 사회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급선무다. 불공정한 경쟁이 젊은 세대들에게 끼치는 불안감을 개선하기 위한 시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제안을 담은 선언문을 30인회의 3국 대표들에게 제출했다. 선언문을 발표한 최두영(24·시즈오카 현립대)씨는 “일본과 중국에서의 유학생활을 통해 세 나라가 협력하면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함께 무대에 선 오카베 아야카(22·여·시즈오카현립대)는 “2년 전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한·일 양국이 지리적으로 무척 가깝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며 “세 나라 젊은이들이 공통의 고민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동안 자연스레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한·중·일 30인회

중앙일보·신화통신·니혼게이자이신문 공동 발의로 발족한 민간 회의 기구. 한·중·일 3국의 전직 고위 관리와 경제·교육·문화 등 각계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되며, 3국이 돌아가면서 매년 한 차례 회의를 연다. 11회째를 맞는 올해는 일본 시즈오카(靜岡)에서 열렸다. 30인 회의에서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의 40%가 정책에 반영됐다. 3국 정상회담 정례화와 상설 협력 사무국 설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한·중·일 공용 한자 808자 선정 등 문화교류 분야에서의 성과물도 나왔다.

◆특별취재팀=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이가영·한은화·김유경·이기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