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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퍼스트펭귄] 목표는 참기름 세계화, 라이벌은 서양 올리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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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

서울 역삼동의 한 골목에 자리잡은 ‘방앗간’ 쿠엔즈버킷은 59㎡(약 18평) 규모다. 박정용 대표가 저온 압착 방식의 참기름 추출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서울 역삼동의 한 골목에 자리잡은 ‘방앗간’ 쿠엔즈버킷은 59㎡(약 18평) 규모다. 박정용 대표가 저온 압착 방식의 참기름 추출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Our sesame oil is the world’s next olive oil(우리 참기름이 올리브유의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저온압착으로 맛 살리고 향 줄여
‘강남 참기름’ 소문나 백화점 입점
국내 최대 스타트업 대회서도 찬사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피칭 대회 ‘스파크랩 데모데이’에서 박정용(48) 쿠엔즈버킷 대표가 이렇게 말하자 1000여명 관객들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4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스파크랩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돼 프로그램을 마치고 무대에 오른 9개 스타트업 중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쿠엔즈버킷. 대다수인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들 사이 유일한 참기름 제조업체다. 쿠엔즈버킷은 ‘퀄러파이드(qualified)’, ‘앤드(and)’, ‘유 틸리티(utility)’의 합성어다. 최적화된 방법으로 좋은 품질의 참기름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참기름은 강한 맛과 향을 특징으로 한다.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은 향이 나지 않지만 음식에 들어가면 참기름 고유의 맛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추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참기름은 참깨를 고온으로 볶은 후에 압착하는 방식으로 추출한다.

박 대표는 “참깨 기름은 섬유질 티슈인 파이버 안에 있는데, 참깨를 고온으로 볶아야만 기름이 쉽게 분리된다”고 설명했다. 고온 압착 방식으로 추출한 참기름은 맛과 향이 강해지는 ‘단점’이 있다. 올리브유처럼 다양한 음식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맛과 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고온으로 볶으면 참깨가 타면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박 대표는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9년부터 3년 동안 유명 백화점에서 명인과 전통 식품을 발굴하는 컨설팅 일을 하면서 참기름과 인연을 맺었다. 많은 참기름 명인을 만나봤지만 제조 방법은 모두 같았다. “나라면 다르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외국에 가보면 올리브유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참기름도 올리브처럼 잠재성이 큰 기름이라고 믿었다. 해외에서는 참기름이 건강식 오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도 도전한 이유”라고 박 대표는 밝혔다.

2012년 창업한 후 저온 압착 방식으로 참기름을 추출할 수 있는 기계와 좋은 참깨를 얻기 위해 전국을 누볐다. 강원도·전라도에서 좋은 참깨는 얻었지만, 문제는 저온 압착을 할 수 있는 기계를 찾는 것이었다. 저온으로 볶은 참깨에서는 기름이 잘 나오지 않았고, 압착기에 강한 힘을 주면 기계가 깨지기도 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원적외선 저온 볶음기는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기계를 옮겨온 것이다. 참기름 추출 과정에서 부산물을 걸러주는 필터기는 해외에서 수입했다. 기계를 세팅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박 대표는 “기계 세팅에 미세한 차이라도 생기면 실패한다” 며 “다른 곳에서 우리 참기름을 흉내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1년간 연구를 거듭한 후에 2013년 3월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동네 손님이 전부였지만 고객의 입소문이 강남에 퍼지기 시작했고, ‘강남 참기름’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만큼 인기를 얻었다.

백화점 납품 장벽을 뚫어준 것도 고객들이었다. 한 고객은 “이 참기름이 좋으니까 우리 집 앞 수퍼마켓에도 들어갔으면 좋겠다. 한번 가보라”고 했다. 고객이 말한 곳은 갤러리아백화점이었다. 제품에 대한 평가가 좋아 정말 입점을 할 수 있었다.

쿠엔즈버킷 참기름은 현재 현대백화점·갤러리아백화점·반얀트리호텔 등에 납품되고 있다. 지난달엔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가 주관한 ‘식품벤처창업기업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지금까진 많이 만들고 싶어도 못만들었는데, 익산 클러스터에 입주하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2013년 8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8억80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0억원 정도를 예상한다.

그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올리브유와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스파크랩 데모데이에 참석한 것도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그는 “쿠엔즈버킷의 참기름은 세계적으로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글=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스트 1363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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