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무용 기록으로 남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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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재, 즉 궁중무용의 기록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있다.
국립국악원(원장 이승렬)은 지난해 『처용무』의 완벽한 무보를 완성한데 이어 올해도 『춘앵전』과 『학무』의 무용화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실제 공연모습과 연주를 비디오테이프에 담는다.
이같은 궁중무용의 무보는 처음 만들어지는 것으로 전통문화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보존·계승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국립국악원은 지금까지 전해내려온 궁중무용 55종 가운데 현재 재현 가능한 46종을 모두 연차적으로 무보와 공연비디오로 정리해나갈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처용무』의 경우, 이 춤에 대한 설명이 지금까지는 홀기(홀기) 등에 4페이지 6백80여자정도의 한문으로 개략적인 내용만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인간문화재 김천흥씨 등에 의해 재현되어왔다.
김씨는 조선조 순종 앞에서 실제 궁중무용을 했던 「최후의 궁중무용가」다.
그의 궁중무용은 이흥구씨 등 몇몇 제자들에게 계승되고 있으나 실제 가르침 외에는 아무런 자료의 뒷받침이 없는 형편이다.
국립국악원은 이처럼 개별적으로만 근근 전수되고 있는 궁중무용을 완벽한 자료를 갖춰 여러 사람이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무보화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국립국악원이 펴낸 『궁중무용 무보』의 『제1집 처용무』는 김천흥씨의 도움을 받아 만든 1백20페이지 짜리 무용교본.
마치 체조교본처럼 각 동작을 그림으로 표현했으며 여기에 장단과 음악, 그리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럼으로써 기초지식만 익히면 누구나 교본을 보고 『처용무』를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용의 무보화 작업은 서구각국에선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것으로 모든 발레작품들이 오래 전부터 무보화되어 있다.
국립국악원은 이같은 무보화작업에 앞서 궁중무용의 정리를 시도, 지난 80년6월16일 『향발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재현 가능한 궁중무용의 재현무대를 가져왔다.
국악원 이승렬 원장은 『지금까지 몇몇 인간문화재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는 궁중무용이 이들 보유자들이 사망하고 나면 맥이 끊기고 제대로 계승시키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돼 무보화 작업을 서둘러왔다』고 밝히고 『비디오만으로는 완벽한 계승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보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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