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덜 추운 겨울을 기다리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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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호 22면

종종 마을 곳곳에서 낙엽 태우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오곤 한다. 또 하나의 가을 냄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산 속을 걷는 기분도 행복하고, 태우는 냄새 또한 마음에 드는 데다 불장난도 흥미롭다! 진정 낙엽은 매력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길이나 마당을 덮어 가는 낙엽을 간과할 수는 없으니 가끔은 치우는데, 그러다가 이력이 날 때도 있다. 그럴 때 올려다본 나뭇가지에 아직까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낙엽을 보면 다시금 놀라게 된다. 나무는 한 해 동안 이토록 많은 잎을 꾸려 온 게로구나!

그 외의 나무들은 조금 더 싼데 참나무가 화력도 제일 좋고 오래 탄다고 한다. 산림조합에서 구매했는데 듣기로는 장작을 위해 벌채를 하는 건 아니고 부동산 개발이나 나무 솎아주기를 하며 베어진 나무들이 시장으로 나오는 것이란다. 그래서 수요, 공급에 따라 조금씩 가격 변동이 있다.

집 안에 외풍이 세다면 가격 대비 최적의 물건이다. 입구는 TV 등을 보기 위해 투명하게 만든 세심함도 재미있다.

시골에서 처음 맞는 겨울. 본격적으로 월동 준비를 했다. 일단 우리 집의 3대 난방 수단인 기름과 가스, 장작을 충분히 채웠다. 실내에서 입을 털옷도 장만하고, 난방 텐트와 온풍기도 구입했다. 집이 오래되어 마음 같아선 단열 공사도 했으면 좋겠지만, 일단 겨울을 겪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체크 리스트를 지워 가며 월동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실 파주의 겨울에 대한 경고는 이사 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한 친구는 “서울보다 기온이 5도는 더 낮을 것”이라며 겁을 주었는가 하면, 이사 와서 인사 드리러 다닌 이웃 집들의 인사말에는 겨울에 연관된 조언이 빠지질 않았다. “겨울이 길긴 좀 길답니다.” “난방 텐트 하나 있으면 좋아요.” “창문에 비닐 꼭 치세요.” 그 가운데에는 마치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다른 계절을 살아 내고 있는 듯 비장하게 말씀하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겨울만 잘 버틴다면, 나머지 계절들은 진정 훌륭하다니까요!”


어찌 되었든 개인적으로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하지만 올 겨울이 혹독할 거라는 예보를 접하면 다행으로 여길 수준이 아닐 수도 있겠다. 부디 조금만 덜 추운 겨울이 되길. 새싹이 돋아나는 내년 봄에도 여전히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기만을 바란다!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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