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처음 맞는 겨울. 본격적으로 월동 준비를 했다. 일단 우리 집의 3대 난방 수단인 기름과 가스, 장작을 충분히 채웠다. 실내에서 입을 털옷도 장만하고, 난방 텐트와 온풍기도 구입했다. 집이 오래되어 마음 같아선 단열 공사도 했으면 좋겠지만, 일단 겨울을 겪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체크 리스트를 지워 가며 월동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실 파주의 겨울에 대한 경고는 이사 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한 친구는 “서울보다 기온이 5도는 더 낮을 것”이라며 겁을 주었는가 하면, 이사 와서 인사 드리러 다닌 이웃 집들의 인사말에는 겨울에 연관된 조언이 빠지질 않았다. “겨울이 길긴 좀 길답니다.” “난방 텐트 하나 있으면 좋아요.” “창문에 비닐 꼭 치세요.” 그 가운데에는 마치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다른 계절을 살아 내고 있는 듯 비장하게 말씀하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겨울만 잘 버틴다면, 나머지 계절들은 진정 훌륭하다니까요!”
어찌 되었든 개인적으로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하지만 올 겨울이 혹독할 거라는 예보를 접하면 다행으로 여길 수준이 아닐 수도 있겠다. 부디 조금만 덜 추운 겨울이 되길. 새싹이 돋아나는 내년 봄에도 여전히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기만을 바란다!
이장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