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미약품 직원 구속영장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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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본사 전경. 김성룡 기자

한미약품 본사 전경. 김성룡 기자

한미약품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악재 정보를 공시 전에 유출하고 이를 통해 수 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이 회사와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직원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한미사이언스 법무팀 직원 김모(31)씨와 박모(30)씨, 한미약품 직원 김모(35)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월 30일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한 8500억원 규모 기술 수출이 해지됐다는 한미약품의 악재성 공시가 나오기 전날인 9월 29일에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아 총 1억1550만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지인 16명에게 악재성 정보를 알리고 3억300만원의 손실을 피하도록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기술 수출이 해지됐다는 한미약품의 공시가 나오면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보유하고 있던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팔아 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법무팀은 한미약품의 법무팀 업무를 대신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김씨와 박씨는 계약해지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었다.

한미약품 직원 김씨는 미공개정보를 박씨로부터 받았고, 이를 지인 5명에게 전달했다. 박씨로부터 정보를 받은 5명은 2차 미공개정보 수령자이기 때문에 지난해 7월까지만해도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이 2차 이상 정보수령자의 시장질서 교란행위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되면서 이들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됐다. 검찰은 이들의 정보를 금융감독 당국에 통보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10월 검사와 수사관 60여 명을 동원해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13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 공시 전 이뤄진 대규모 공매도(空賣渡)를 주도한 세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거래를 한 뒤 주식을 넘겨주기로 약속한 때까지 주식을 매입해 제공하는 방식의 거래다. 주식 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30일 한미약품의 공매도 수량은 10만4327주로 한미약품이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였다. 공매도 금액도 616억원에 달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미공개 정보 유출 당사자와 1차 정보수령자 20여 명을 입건했다. 과징금 대상인 2차 정보수령자도 20여 명 적발했다. 검찰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쯤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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