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개헌 기대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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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통령의 「중대결단」이 발표된 13일 거리와 시민들의 표정은 충격과 허탈, 실망과 안도가 착잡하게 엇갈렸다.
「합의개헌」을 민주발전의 큰 디딤돌로 기대했던 시민들은 1년가까이나 끈 개헌논의가 여야의 지루한 공방끝에 본격협상으로 이어지지 못한채 원점으로 되돌아간데 대해 큰 실망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으며 앞으로의 정국향방에 우려와 불안을 나타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확인된 대통령의 단임의지와 연내 지자제 실시의 진일보한 시책제시에는 안도와 함께 기대를 걸어보는 모습이었다.
중대발표가 TV와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중계된 상오9시 시민들은 직장·출근길에서 방송에 귀를 기울였으며 일부 관공서는 출근시간을 앞당겨 직원들이 함께 방송을 시청했고 검찰·경찰은 긴급희의를 소집,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이었다.
◇문교부 = 문교부는 13일 상오 손제석장관주재로 실·국장회의를 열고 앞으로 예상되는 학원사태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문교부관계자는 『앞으로 4·19 및 5·17 등과 관련, 학내시위에서 학생들이 이번 개헌논의 유보조치 등과 관련한 문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일 것에 대비해, 대학관계자회의 등을 소집,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 = 치안본부는 일요일인 12일 하오10시 본부와 서울시경의 총경급이상간부 1백70여명을 긴급소집해 비상치안대책회의를 가졌다.
경찰은 대학운동권 등이 시위·주요시설 점거·농성 등 불법행동을 시도할 것에 대비해 정보수집·시설보호 등 활동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정광진씨(변호사) = 좀더 적극적인 대화를 기대했는데 아쉬운 마음이다.
국민들에게 거듭 실망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국민들은 여야의 극한대립이나 충돌을 바라지 않는다. 개헌에 대한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크지만 정국불안이 사회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국가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길승흠씨(서울대교수·정치학) = 개헌논의를 1년 넘도록 끌어오면서 마무리 짓지 못한 여야의 정치력 빈곤에 대해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최근 야당의 분당으로 여야간의 타협의 여지는 더욱 없어졌으며 여당도 야권의 움직임에 너무 즉각적이고 경직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여당이 이민우구상 등을 뒷받침하는 등 정국을 주도했더라면 이런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모군(27·H대 경영4) = 여야합의에 의한 개헌을 이루지 못한 것이 국민의 민주화 여망을 저버린 것 같아 유감이다.
정치인들이 항상 「마음을 비운다」는 말은 입버릇처럼 하면서도 양보하는 미덕을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쉽다.
현행헌법으로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안풍식씨(서울 문일고교감) = 개헌을 둘러싼 지난 1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당초의 기대대로 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헌정사상 전례없는 평화적 정권교체가 보다 명확히 된 점은 다행스럽다.
올림픽도 있고 남북분단상황도 있는만큼 평온한 가운데 정치발전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김정순씨(42·주부·서울 역삼동) = 그동안의 개헌노력에 결실이 없어 아쉽고 서운한 심정이다. 대통령이 거듭 단임의지를 밝힌데 대해서는 환영한다. 더 큰 혼란이 없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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