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폭력 <6>|「사고왕국」 추방위한 긴급진단|"성냥갑 차체"…소형승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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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받혔다 하면 두 동강나고 부딪쳤다 하면 휴지조각.
달리던 차에 걸핏하면 불이 나고 차바퀴가 쑥 빠져나간다.
주먹으로 한대 내리치면 차체가 퍽 들어간다. 사고가 나면 핸들·계기판·유리창이 모두 흉기로 변한다.
지난달 12일 상오6시50분 서울 신림11동 587의46 앞 도로. 서울3하6088호 포니택시 (운전사 서순만·30)가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린다. 시속60㎞.
앞에 가는 시내버스를 앞지르려고 중앙선을 침범하는 순간 맞은편에서 오던 시속60㎞의 시내버스와 정면 충돌, 눈 깜짝할 사이 택시 앞부분이 손안의 휴지처럼 구겨지고 운전사 서씨가 그 자리에서 즉사.
핸들이 창(창)으로 변해 서씨의 가슴을 찌르고 계기판이 암벽처럼 몸을 친 것. 운전대에 충격흡수장치가 안 돼있고 내장재가 딱딱한 플라스틱이었기 때문.
이런 사고는 전국에서 거의 매일 발생한다.
교통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발생률도 세계적이지만 1백건당 사망자도 5.12명으로 미일의 2배가 넘고 서독의 1.6배에 이른다. 사망률에서도 단연 챔피언.
이처럼 선진국에 비해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것은 노상에서의 차량 대인사고가 큰 원인이긴 하지만 차체의 안전도가 떨어지는 것도 큰 이유. 차량사고 사망자의 20%와 부상자의 33%가 차대차의 충돌때 생긴 것이라는 통계가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차량의 안전도를 높이는데는 메이커의 기술수준과 관계기관의 제도적인 지원이 열쇠. 그러나 이 두가지 모두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김천욱교수는 『자동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체의 견고성과 안전도다. 그렇다고 승용차를 탱크처럼 만들 수는 없지만 안전도를 최대로 살린 차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제작기술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일본의 경우 이미 자동차의 견고성이나 차내 안전장치는 거의 완벽하다고 할 정도의 수준. 이제는 전자시스템을 차에 도입하는 단계까지 갔다.
우선 패널만 하더라도 우리는 3조각 5조각, 심한 경우는 7조각까지 용접해 붙여 만든다. 그러나 미일의 경우 아무리 값싼 소형승용차라도 한조각을 금형으로 찍어낸다.
강판도 우리는 두께0.8∼1.2㎜의 냉간압연 강판을 쓰지만 선진국들은 고급차·대중차 할 것 없이 이보다 인장강도가 2배 이상 강한 고장력 강판을 사용. 이 때문에 웬만한 충돌사고에도 성냥갑처럼 되지는 않는다.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안용석이사는 『최근 자동차수출 붐을 타고 우리의 강판을 쓸 수 없어 일본에서 고장력 강판을 수입해 쓰고 있으나 문제는 포철이 고장력 강판을 만들지 못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포철은 최근 고장력 강판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내 앞부분의 계기판과 내부시설의 재질도 선진국은 모두 말랑말랑한 우레탄폼의 연질재료. 운전대도 충격을 받으면 쑥 들어가게 돼있는 충격흡수식.
1월 이후 출고되는 차량들은 2중 접착유리를 쓰고 있으나 그전까지 사용해온 열처리강화유리도 문제. 충돌때 파편이 와르르 쏟아져내려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실명한 케이스도 있다.
선진국의 경우 자동차내부를 내연처리해 차량화재를 막고 벌집 모양의 완충재를 장치한 안전범퍼를 쓴다. 차내 백미러와 잠금장치에까지 신경을 써 충돌때 백미러가 톡 떨어지도록 거울연결부분을 접착제로 붙인다.
미국은 85년9월부터 미연방 자동차정전기준(FMVSS)에 미국에서 운행하는 차량은 모두 「제3의 브레이크등」을 닫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차량 뒤쪽 아래 좌우에 부착된 2개의 브레이크등 이외에 뒤쪽 중앙 윗부분에도 브레이크 램프를 다는 것으로 2∼3번째 뒤에서 ㅉ아오는 차량도 이 불을 보고 연쇄충돌을 막도록 한다. 미연방 교통안전국은 이「제3의 브레이크등」 설치로 연간 90만건의 교통사고를 감소시켜 4만명의 인명사고를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미일의 자동차업계와 연구기관은 차량의 안전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컴퓨터를 내장하는데까지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베이틀연구소는 이미 자동차충돌방지용 레이다를 개발했다. 이는 주행정보시스템을 전자화해 자동차에 장치하는 것으로 장애물이 나타날 때 신호등이 나오거나 경고를 하게된다.
미국에서는 자동차의 충돌사고 때 운전사나 승객이 앞방향으로 쏠리는 순간 백이 부풀어올라 쿠션역할을 하면서 인체를 보호하는 에어백까지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자동차 사고로부터 생명을 구하려는데 온갖 지혜를 째내고 있는 것이다.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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