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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화제>AIDS에 대한 엄숙한 경고 로크·허드슨 전기 국내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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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로크·허드슨」씨는 AIDS에 걸렸습니다.』 아나운서는 흥분하고 있었다. 그러나 「허드슨」은 미동도 않고 누워 있었다. 수시간내에 수백통의 전보가, 2주일동안 3만통의 편지가 전달됐다.
85년7월25일, 파리 아메리컨병원에서 「로크·허드슨」은 오랜 가면을 벗었다. 세기의 미남스타는 AIDS환자였고 동성연애자였다. 그는 그해 10월2일 LA베벌리힐즈 저택 캐슬에서 59세의 나이로 죽었다.
『나는 비밀스런 사내였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시간이 없다.』 그는 임종을 한달 앞두고 여류작가 「새러·데이비슨」에게 그의 생애를 구술시켰다.
그가 죽은 뒤 전기 『로크 허드슨, 그의 이야기』(Rock Hudson, His Story)가 나왔다. 최근 청목출판사가 번역, 국내에 소개한 화제의 이 책은 한 이중인격자에 대한 폭로서가 아니라 20세기 페스트 AIDS에 대한 엄숙한 경고이며 순결한 도덕교과서다. 동시에 한 자유인의 솔직한 고백이다. 「허드슨」(본명 「로이·피츠제럴드」) 은 1925년 미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9세 때부터 그는 남성의 매혹에 이끌렸다. 18세때 해군에 입대, 동성애에 빠져들었다. 그는 눈부신 미남이었고 1백88㎝의 큰 키에 「바위」처럼 단단한 근육의 사내였다. 48년 『전투기중대』로 은막에 데뷔, 『마음의 등불』(53년) 『자이언트』(56년) 『무기여 잘 있거라』(57년) 등 60여편의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여성들의 만인으로 군림했지만 그는 항상 「남자의 왕」이 되고 싶었다.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성 「필리스」와의 결혼생활도 2년만에 끝장이었다.
「톰·클라크」 「마크·크리스티안」 등과는 오랫동안 동거했으며 마지막 애인은 「론·샤넬」이라는 미남청년이었다.
84년6월 그는 자신의 목에 나타난 큰 종기를 통해 AIDS환자임을 알게된다. 그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곧 3통의 편지를 썼다. 『우리가 성적 접촉을 가진직후 나는 AIDS환자임을 알게 됐습니다. 미안합니다. 즉시 진단을 하십시오.』 그 당시 그와 관계를 가졌던 세 청년들은 경악했다.
85년1월 생애 최악의 날이 왔다. TV드라마 『다이너스티』에서 여배우 「린더·에번즈」와 키스를 해야만했다. 그는 절망에 허덕이다 무수한 구강소독을 했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에번즈」의 뺨에 키스했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일이었다』고 「허드슨」은 회상했다. 7월 TV쇼 『도리스 데이의 친구들』에 출연했을때 그의 얼굴은 이미 사자의 그것이었다.
그가 AIDS환자임을 스스로 공개한 후 전세계에 AIDS쇼크가 몰아쳤다. 그는 AIDS에 걸린 최초의 유명인이었고, 그를 통해 AIDS는 「인류의 적」으로 공격되었다. 화장터에서 한줌의 재로 사라진 그의 충격적 죽음은 그가 비밀스럽게 전 생애를 통해 출연해온 한편의 마지막 영화였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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