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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웅 장관, 1년 5개월 만에 퇴임…"부위정경, 위기 맞아 잘못된 것 고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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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웅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김현웅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김현웅(57·사법연수원 16기) 법무부 장관이 29일 사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최순실(60·구속 기소)씨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목된 다음 날인 지난 21일 사의를 표명한지 8일 만이다. 지난해 7월 이번 정권 두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부터는 1년 5개월 만이다.

김 장관은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강당에서 열린 이날 이임식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이 올바르고 더 나은 길인지 심사숙고한 끝에 사직하기로 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또 ‘윗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백성이 동요해 이탈한다’는 뜻의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을 언급하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법무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쉼 없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작금의 국정혼란 상황에 대해 ‘부위정경(扶危定傾)’이란 말로 법무 검찰의 소명을 주문했다. 김 장관은 “부위정경이란, 위기를 맞아 잘못된 것을 고치고 바로 세운다는 뜻”이라며 “그동안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 보고 법무 검찰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지금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오직 국민의 뜻을 소중히 받들어 공정하고 바르게 법집행 해나간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법무 검찰로 우뚝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힘든 시기에 여러분께 무거운 짐을 남겨두고 떠나게 돼 마음이 아프고 가는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면 만물 소생하는 따듯한 봄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비온 뒤 땅은 더 단단히 굳어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지난 21일 첫 사의 표명 이후 여러 차례 박 대통령으로부터 사의를 거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장관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28일 사표가 수리됐다.

앞으로 법무부는 이창재(51·연수원 19기)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 장관이 후임 인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임해서다.

이날 이임식에는 이 차관, 김주현 대검 차장 등 법무부·대검찰청 소속 검사와 직원 400여명이 참석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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