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당뇨병|허감범(연세대의대교수·내분비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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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양실조형 당뇨병환자가 과음을 하면서 식사를 소홀히 하면 열량은 과잉공급되지만 영양실를 더욱 부채질하여 당뇨병은 점점 악화된다. 또 체중이 줄기때문에 전신쇠약감과 피로감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각종 감염증, 특히 폐결핵·페렴 또는 요로감염증 등이 잦은 것을 볼수 있다.
성인형당뇨병환자가 무분별하게 과음을 하면 영양의 불균형, 특히 단백질의 결핍을 초래하여 이것이 인술린을 분비하는 췌장B세포에 손상을 주어 인술린분비가 감퇴됨으로써 수척형당뇨병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혈당조절을 위해 내복약(경구혈당강하제)을 사용하는 당뇨병환자가 과음을 하면 술이 더 취한다고 호소하는 경우를 본다. 이것은 내복약이 체내에서 알콜의 대사과정을 억제시겨 아세트알데히드가 과잉 축적됨으로써 강한 독성작용을 나타내 오심·구토·두통·심계항진 등이 생기는 때문이다. 따라서 경구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당뇨병환자는 음주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콜은 간에서 포도당 생산을 억제하기 때문에 내복약이나 인술린을 사용하는 환자가 과음을 하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저혈당증을 초래하여 위급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저혈당증이란 혈당치가 4㎎/㎗이하로 감소되는 경우로 혈당이 너무 떨어지면 처음에는 공복감·발한·손떨림·두통·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이 상태가 진행되면 의식이 흐려져 혼수상대에 빠지며 전신성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당분을 빨리 공급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뇌신경조직의 손상으로 인하여 식물인간이 되거나 반신불수·언어장애·치매 등의 치명적인 후유증을 유발하므로 많은 주의를 요한다.
당뇨병환자나 혈당이 높은 편인 사람들 중에는 당질이 포함된 맥주·포도주·막걸리는 나쁘지만 소주나 양주는 무방하다고 믿고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고열량 식품인 알콜의 섭취량에 따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술이든지 당뇨병환자에게는 과음이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음주는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고 당뇨병환자가 과음을 하면 당뇨병이 악화되고 수척해지며 혈당강하제를 사용하는 환자에서는 저혈당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뇨병환자나 혈당치가 높은 사람들은 금주를 하거나 절주를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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