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일로, 무역전쟁|일본 책임져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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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경제는 무역전쟁의 열풍에 빠져 들어가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게 되었다.
미 일 무역분쟁이 미국의 반도체 보복관세부과 결정으로 위기상황에 까지 이른 판국에 영국이 대 일 경제보복 조치를 곧 취할 예정이며 프랑스도 동조할 기세다.
고립무원의 입장에 처해 있는 일본은 한편으로는 협상을 제의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강경대응의 양면 작전으로 나가고 있다.
영국은 EC(구주공동체)에 대해서 대일 보복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어 당사국끼리의 무역분쟁은 이제 주요 선진국들이 휘말리는「전면전쟁」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여건속에서 우리의 입장을 곰곰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일본이 당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한 것이기에 일본의 경우에 비추어 우리의 대 선진국 경제에 관한 앞날을 내다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일본이 흑자국으로서의 대외협력에 실패한 때문에 오늘의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일본을 둘러싼 선진국간 무역전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 많다.
세계경제의 불안요인들은 환율, 무역불균형, 첨단기술보호, 외채위기 등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데 이 같은 불안요인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보면 세계경제의 내일은 불안하기 이를데 없다.
현재의 위기상황은 파국으로 가서는 안되고 슬기롭게 극복되어야할 것이다. 세계경제를 이끌어 가는 1차적 책임이 선진국들에 있는 만큼 선진국들은 그만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미 일 간에는 반도체에 관한 보복관세 부과를 계기로, 영 일 간에는 일본시장의 폐쇄성과 대 일 무역 역조문제로 경제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있다. 프랑스도 일본의 시장개방문제를 신랄하게 들고 나와 EC 여러 나라는 공동전선을 구축해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미국은 보복관세는 물론 대만 신국제공항 건설, 신규 전기통신사업 참여, 대형컴퓨터 도입등 대일 요구에 강경한 자세를 더욱 죄고 일본의 성의가 부족할 경우 후속 보복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기세다. 영국은 대 일 보복에 보다 구체적이고 단호하다. 현재 대일 보복조치 수단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데 가능한 조치에는 일괄 무역규제를 앞세우고 일본항공의 영국공항 기착금지, 일본은행의 본보기 영업권 취소, 일본차 수입 할당제, 일본상품에 대한 비관세장벽구축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보복수단의 동원에 일본의 대응은 어려운 국면은 일단 지나고 보려는 듯 반도체의 감산, 대 미 수입증대, 정부의 대형 컴퓨터 구입 등 조치를 강구하면서 신규 전기통신사업분야에 대한 외국의 참여거부에서 보듯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식이다. 또 일본안에는 반도체협정 폐기 등 일본의 역보복도 불사해야 된다는 일부 여론까지 있다고 한다.
선진국들간의 무역전쟁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이런 전쟁의 책임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가를 생각게된다. 가장 무거운 책임이 일본에 있으며 미 영 등에 일말의 책임이 없지 않다고 말해도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일본이 흑자대국으로 세계경제를 위한 채무를 외면한 결과가 오늘의 무역전쟁, 환율전쟁 등으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국내시장 개방, 내수진작, 수입노력 등으로 흑자체질을 벗어나야 무역전쟁의 소지를 줄일수 있다.
미 영 등 선진국들도 열위의 생산성, 과소비, 방대한 재정적자 등 국내 경제부실 해소에 노력해야 될 것이다.
무역전쟁의 와중에서 우리는 너무 위축되어서도 안되겠지만 한국을 흑자국으로 보는 선진국들의 시선이 점점 따가와 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본·EC에서 통상문제에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도록 이미 한국에 요구해놓고 있다.선진국들과 일본의 경제마찰을『꼭 남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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