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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피우는 사람은 가해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담배를 즐겨 피우는 애연가들에겐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새 판례가 일본에서 나왔다.
지난달 27일 동경지재 민사부에서 결론이 난 이른바「혐연권 소송」이다.『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국철·일본정부·담배제조업자 등 3자를 상대로 건강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9백2O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14명의 원고들에게 재판장 (귤승치) 은 『담배연기로 인한 피해 (연해) 는 직접 끽연 이외에 수동끽연에 있어서도 끽연자와 마찬가지의 해를 줄 염려가 있다』고 판시, 일본사법 사상 최초로 끽연의 위험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원고들의 전국열차의 절반이상을 금연차로 해달라는 주장과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기각되었다.
결과적으로 담배피우는 걸 혐오하는「혐연권 운동자」들도 패소한 셈이 되었지만「끽연자는 가해자」라는 대목을 판결문안에 명시한 데서 획기적이라고 일본매스컴은 흥분하고 있다.
이번에 위자료를 청구한 원고들도 각계각층을 망라하여 일본인의「혐연권 운동」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원고 가운데 총 대표격인 「후쿠다·미도리」(복전녹·37) 단장처럼 학교선생을 비롯, 카피 라이터·재일미국인·공무원·국민학생 등….제각기 따로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정에 모였다.
이 같은 재판은 80년 4명의 원고가「혐연권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시작되었는데 84년 10명이 새로 늘어나 모두 14명이 되었다.
이들이 담배연기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된 사연도 가지가지다. 3백만 엔의 소송을 제기한「이이타카·마사카tM」(반고정승·36) 씨는 차내에서 걸핏하면 담배 피우는 승객과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신경이 예민한 그는 여행이나 소송관계로 열차를 탈 때 반드시 무게 3㎏의 디지틀측정기를 무릎 위에 놓고 공기오염도를 측정했다. 이 조사 결과와 그가 걸렸다는 상기도염의 병원진단서를 이번 재판의 증거로 신청했다. 그는 27세때 한번 감기를 크게 앓고난 후 담배를 끊었고 이후「혐연권 운동」에 뛰어 들었다.
카피 라이터인「나카다·미도리」(34)씨는「혐연권」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장본인.
『이 단어로 우리의 호소가 더욱 설득력을 갖게되었다』고 주장하는 그에겐 지원자가 많아따로「혐연권 확립을 노리는 모임」을 만들어 운동권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미국인「팀·베일리」씨(38)도 이번 소송에 원고가 되어 가세했다.
판결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가진 원고·변호사들은『직접 끽연이 아니라 간접 끽연의 해를 정면으로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기세를 올렸다. 이로써「혐연권」은 일본안에서 정당한 시민권을 갖게된 신어로 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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