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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못찾는 정부인권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무총리 직속의 인권보호 특별위원회가 발족 한달이 넘도록 제 갈길을 못 가는 인상이다.
상견례이후 한번도 회의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가두검색의 법적근거 마련 등 얼토당토않은 실현 불가능성의 얘기가 튀어나오는가 하면, 발족 한달이 넘어서야 지난달 27일 열린 회의에서는 정부측의 회의운영 독주에 민간위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은 정부측이 회의자료로 내놓은「현행제도의 운영상 문제점과「신병확보와 관련된 제도」는 그 동안 언론에서 수없이 다루어온 것들이라 지적하고 정부측이 좀더 솔직하고 과감히 인권침해 관련자료를 제시해 이의 개선방향을 논의하자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인권보호 특별위원회는 박종철군 사건 이후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발족됐다.
인권 보호를 위한 모든 문제들을 검토,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의지가 강조되고 특히 민간인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최선의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되가는 모양은 그게 아니다.
내무부와 법무부 공무원들로 이루어진 전문위원들 사이에서 강제동행과 가두검색의 법적근거를 마련하자는 얘기가 새어나오고, 발족 당시의 그 강력했던 의지는 어디로 갔는지 회의도 한 달이 넘어서야 열렸다. 가두검색의 법적근거설은 책임없는 일부 전문위원들 사이에서 나온 얘기고 위원회에 올라온 안건도 아니기 때문에 단지「세」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만 위원회의 실무적 뒷받침을 하라고 임명한 전문위원들의 입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게 뭔가 찜찜하다.
회의문제도 그렇다. 준비를 많이 하다보면 한참만에 회의를 열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보면 이렇다할 준비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거니와 무엇보다 회의를 한번 해보기도 전에 정부측이 안을 구상하고 그 족으로 몰아가러 한다는 인상을 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뭣하러 예산을 써가며 민간인들로 위원회를 만들었는가.
인권보호 특별위원회의 발족 동기와 발족당시의 전신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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