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조들면 간신 말 구별 못해" 명언 가득한 박 대통령 과거 일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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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과거에 쓴 일기에 담긴 ‘정의로운’ 문구들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대국민 사과에서 한 말들이 검찰 수사 결과 발표와 어긋나 거짓말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일기에 적힌 다짐들은 빛을 잃고 있다.

2012년 박근혜연구회에서 출간한 책 『박근혜 일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22세부터 60세까지 쓴 일기와 2004년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싸이월드’를 시작한 뒤 다이어리에 남긴 글 등이 수록돼 있다.

출판사 책소개에 따르면 일기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혼자 보기 위한 글이기에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그 사람의 속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글이라 한다. 즉 이 일기를 통해 박 대통령의 가장 깊은 내면을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

책 속엔 정치와 삶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고뇌가 잘 드러나 있다. 현 시국, 특히 박 대통령 본인에게도 귀감이 될만한 어록이다.

책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들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1989년 11월 3일 "권력의 남용, 판단의 착오로 인해 빚어진 한 인간의 끊임없는 고통을 나는 보고 있다. 권력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정말 두려운 것이다. …아첨을 잘 하고 간사한 사람에게 사람들은 얼마나 속기 쉬운가. 그러나 그 달콤한 얘기들은 결국 독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온 몸에 퍼져 멸망을 가져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1990년 1월 7일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결국 평범한 속에 있다고 느껴진다. 비범하셨던 부모님을 모셨던 것부터가 험난한 내 인생 길을 예고해 주었던 것이다"

1991년 1월 6일 "내가 그토록 도를 따라 어긋남이 없이 살려고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다. 그리 살지 않고는 마음이 결코 편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1991년 2월 20일 일기 중 "역사책이 주는 한결같은 교훈. 나라가 망하기 전에 먼저 임금의 마음이 결단난다. 임금 마음에 망조가 들면 제일 먼저 교만해진다. 그리되면 자연히 충신, 간신의 말을 구별 못한다"

1991년 8월 29일 그는 "간신의 말만 듣는 임금은 머지않아 자신과 나라를 망치고 만다. 그러나 충신의 말에 항상 귀 기울이고 그 말을 옳게 여기는 임금은 자신과 국가를 이끌고 흥하게 한다"

김은빈 기자 kimeb265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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