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평양공연 앞둔 송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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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북한)에서 별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대요. 그래도 내 핏줄인데 어디 그럴 수 있나요. 황해도 재령 고향집에 가서 밥 한끼는 못 먹더라도 1.4 후퇴 때 헤어진 형님이랑 누이동생 얼굴 한번 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요.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어떻게 변했을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동생에게 줄 고운 한복이랑 '망향가'가 담긴 내 노래 테이프를 선물로 들고 가려고요."

경상도에 가면 경상도 사람처럼, 전라도에선 또 전라도 사람으로, 그렇게 전국 팔도 어디서든 고향처럼 따뜻하게 20년 동안 '전국노래자랑'(KBS)을 꾸려온 원로 코미디언 송해(宋海.76)씨.

그가 오는 11일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열리는 8.15특집 '전국노래자랑'무대에 사회를 본다.

부모와 형.누이동생까지 북한에 두고 혼자 내려온 실향민 宋씨로서는 이번 공연이 아무래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고향 생각.가족 생각에 흥분할 만도 하지만 그는 의외로 차분했다.

宋씨는 이번 공연이 남북 주민이 함께 만나 같이 춤 추고 노래하는 자리니 만큼 평소의 '전국노래자랑'처럼 하고 싶은 얘기 맘껏 하고, 섞여서 재미있게 놀아야하는데 혹시 북한 사람들이 입을 꽉 다물지는 않을까 걱정된단다.

"우리 출연자들은 무대에서 별말 다 하잖아요. 그런데 저쪽 사람들이 과연 시시콜콜한 집안 얘기까지 할 수 있을까. 북한 당국이 야외무대인 모란봉 공원에서 공연하도록 허가해준 걸 보면 통제가 그렇게 심하지 않을 것도 같은데."

금강산 뱃길이 처음 열린 1998년 금강호에서 하선도 못하고 되돌아온 경험이 있는 宋씨다. 당시 KBS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북한이 KBS 관계자라며 입국을 거부했다.

'전국노래자랑' 말미에 늘 입버릇처럼 통일노래자랑을 되뇌었다는 宋씨는 "말이 씨를 낳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안혜리,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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