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왕국」 추방위한 긴급진단|<교통 폭력><3>「사고왕국」추방 위한 긴급 진단|미로 같은 인터 체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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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1일 하오 8시, D산업 판촉부 대리 김모씨 (35·서울 방배동 중앙 아파트) 는 미국에서 귀국하는 장모를 마중하러 김포에 가려고 올림픽 도로를 이용했다가 혼 쭐이 났다.
간신히 골목길을 빠져나온 김씨는 사당대로로 나온 뒤 중앙선 쪽으로 차를 몰아 이수교쪽으로 나와 동작대교쪽으로 차를 몰았다. 올림픽 도로 진입로를 찾았다. 어둠 속에「올림픽 대로」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그러나 이곳은 올림픽 대로 진입로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
급히 3차선으로 차선을 바꿨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채만한 화물차가 하이빔을 켜며 달려들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진입로 안내판이 1백m쯤 떨어진 곳에 있었으면…』
30분 뒤 개화동 올림픽 대로 인터체인지. 김씨는 이곳에서 또 다시 교통사고를 당할뻔 했다. 타원형 인터체인지가 1차선. 뒤에서 라이트를 깜박이며 뒤 쫓아오던 다른 승용차가 추월하려는 순간 김씨가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슬아슬하게 맞부딪치기 직전. 김씨는『넓은 땀에 인터체인지가 하필 1차선일게 뭐람…』하는 생각을 했다.
서울시가 자랑하는 도시 고속화도로인 올림픽 대로. 그 도로가 제구실을 못하는 현실이 서울의 도로사정·교통 사정을 한마디로 말해준다. 1천4백12억원을 들여 만든 이 도로가 10개월만에 한계성이 드러나 곳곳에서 차가 밀린다. 들어가는 도로, 나오는 도로가 미로 같이 복잡하고 좁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한남대교·성수대교·■양대교·여의도 인터체인지 부근은 하루 종일 적체, 차량 소통이 마비된다. 러시아워 때는 1km나 차량이 장사진을 이루고 빠져나가는 데만 30분씩 걸린다.
암사 아파트와 주경기장 앞 진입로는 노폭이 3m. 출근길에 5∼10분을 기다려야 간신히 올림픽 대로에 진입할 수 있고 고속도로로 빠지는 인터체인지에도 항상 차가 밀려있다.
반포대교 남쪽 끝에는 다리 위에 어치구니 없이 좌회전 신호등이 설치돼 올림픽 대로로 진입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다리 위는 항상 차량 장사진이고 달리는 차들이 충돌 위험을 안고있다.
올림픽대로 하행선에서 반포 대교 남단으로 들어가는 차는 왼쪽에 만들어진 진입로와 표지판 때문에 항상 사고 위험이 있고 양화대교·성산대교 남단에는 직접 들어가는 진입로도 없다.
운전경력 17년의 택시기사 박모씨 (45)는 20일 하오 10시쯤 중앙선도, 차선도 없는 4차선도로인 대림동 대림 우체국 앞을 지나가다가 신도림 주유소 앞에 솟아있는 맨홀 뚜껑을 발견했다. 피하려고 급히 왼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순간 마주오던 버스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또 다시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 들어가자 이번에는 뒤에서 오던 자가용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클랙슨을 울러댄다.
평소 운전에 자신이 있던 박씨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다음날 낮에 이곳을 다시 지나면서 찬찬히 살펴봤다. 도로 위 5∼7m까지 솟은 무려 13개의 맨홀이 2백여m 길이의 도로에 흩어져 있었다.
박씨는 아직도 올림픽대로의 진입로 위치를 완전히 모른다. 설계 잘못으로 진입로를 잘 찾을 수 없기 때문.
지난 15일 이태원에서 ♥양률 수산 시장까지 가는 손님을 태웠다. 반포 대로에 올림픽 대로 진입로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차를 몰았다.
그러나 진입로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구반포를 지나 올림픽 대로로 들어갔다.
뒷좌석의 손님이 『운전기사가 시내지리도 잘 모르는구먼』이라고 면박을 했다. 얼굴이 뜨거웠다.
『도로만 만들면 뭘 해요. 어느쪽에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지요. 하루종일 차를 몰다보면 울퉁 불퉁한 도로·병목·버스·트럭과 불합리한 교통 표지판·신호등에 짜증만 납니다.
서울의 도로율은 현재 17·02%.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81년의 15·28%에서 1·74% 늘어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것은 차가 다니기 힘든 6m 소방도로까지 포함된 것. 전체의 46·15%가 폭 10m 미만의 좁은 도로다.
차량수는 81년의 22만1천대에서 53만대로 2·4배가 늘어났다.
더 중요한 것은 도로율보다 도로 사정. 도로를 매끄럽게 다듬고 차가 갈 빠질 수 있도록 차선과 표지판·신호등을 크게 고치지 않는 한 노상의 교통 폭력은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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