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어린이로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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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떡을 먹던 어린이가 문득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라고 물을 수 있다·잠자리에 들려던 어린이가 『내일 아침에 내가 일어날 때까지 시계의 작은 바늘이 한바퀴만 돌지 않고 두 세 바퀴 쯤 돌았는지도 모르잖아요』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일상적인 사실들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어른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런 의문인 만큼 자칫 어린이들의 「철학적 사고의 싹」은 『쓸데 없는 걱정』이라거나 『철부지의 엉뚱한 얘기』쯤으로 일축 당하기 십상.
그러나 서울 교육 대학 철학 연구 동문회 부설 어린이를 위한 철학 교육 연구회가 지난해 『어린이를 위한 철학 교육』을 번역, 출판한데 이어 최근 『어린이와 함께 하는 철학』을 펴내는가 하면, 사회 단체들도 잇달아 어린이 철학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스스로 생각하고 깨닫는 어린이」로 키우기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에게 철학의 내용이 아닌 「철학하는 방법」을 지도함으로써 지적 호기심과 자기 의사 표현력 및 남의 말에 귀기울이는 태도 등을 길러 주는 것이 조기 철학 교육의 목적.
지난해 10월부터 어린이 회원들에게 철학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한 서울 YMCA의 경우 「어린이 민주 지도력 훈련」등 어린이 대상의 일반 프로그램에도 철학 교육을 도입하는가 하면, 2학기부터는 철학 교육만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독립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유아교육 세미나에서 어린이 철학 교육 워크숍을 가진 대한 YWCA 연합회도 곧 어린이 철학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방침.
기독교 방송도 매주 목요일 어린이 시간 (하오5시∼5시15분) 에 철학 동화 프로그램 「어린이 철학교실」을 방송하고 있다. 한편 서울 응암·한천·동구로 국민학교 등 어린이를 위한 철학 교육 연구회 회원(약4백명)인 교사들이 근무하는 일부 국민학교에서는 미국 아동 철학 개발 연구원이 펴낸 어린이 철학 교육 번안 교재를 바탕으로 특별 활동 시간 등에 활용한다.
또 서울 교대 철학 연구 동문회는 올해 어린이 날에 즈음하여 철학 동화집도 발간할 예정. 이 모임이 첫 번째로 펴낸 『어린이를 위한 철학 교육』은 어린이 철학교육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개론서로서 각 대학의 교재로 활용되는 등 인기가 높아 이미 재판이 나왔다.
이 동문회의 박민규씨는 「어린이와 함께 하는 철학」의 여러 가지 예화로 알 수 있듯이 철학이란 자연스런 놀이나 대화 및 상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다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널리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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