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는 불교" 실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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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생제도와 자비행의 현세적 신앙실천인 대사회 복지 사업이 부진했던 불교계가 최근 병들고 가난한 중생들을 구제하는 복지 사업을 활발히 전개, 새로운 모습의 「베푸는 불교상」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 조계종 이진철 스님(전 낙산사 주지) 이 설립한 사회 복지 법인 자비 복지원은 오는 5월 강릉시 포남동에 연건평 7백평의 대규모 최신 종합 복지 시설을 건립, 본격적인 불교사회복지 시대를 연다.
총 공사비 7억원 (자체부담 5억3천만원, 정부 보조 1억7천만원)을 들여 금년말 완공할 자비 복지원은 영아원·보육원·갱생원 등 3대 복지사업을 펴 나갈 예정이다.
자체 부담 건축비는 고승 서화전 수익금과 불자들의 시주 등을 모아 충당키로 했다.
시설 규모는 3백70평 부지에 본관 4백평(지하1, 지상 4층), 별관 3백평(지하 1, 지상 2층)-
자비 복지원은 복지 시설뿐만 아니라 본관 지하층을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센터(2백50석) 로 개방, 문화 복지 시설도 갖춘다.
또 1층은 불교의 전모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상설 전시실과 서화 전시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진철 스님은 지난 84년부터 자비 영아원과 낙산 갱생원을 운영, 불교 조계종단 유일의 영아원·갱생원을 설립했다. 영아원은 현재 버려진 아이들 30명을 수용하고 있고 갱생원에는 무의탁자·지체 부자유자 28명을 수용중이다.
지금까지의 불교계 사회 복지 사업은 초보 단계의 유아원·양로원 정도가 고작이었고 기아·지체 장애자·행려 병자 등의 구제에는 손길이 전혀 뻗치지 못했다.
불교는 사회 구제에 헌신한 오랜 역사성을 갖고있다. 고려시대의 불교는 동서대비원을 두고 빈민·재민·병자 등을 구제했고 무차대회를 열어 굶주리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여주는 포시행 의회식을 마련해 주었다.
고려 공민왕3년(1354년) 에는 개성연복사에 진제새을 설치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나누어 주었으며 1361년에는 보제사에 진제창이 설치되기도 했다. 조선조에서도 세종 때 (1422년) 도성 개수 공사장에 승려들이 구료소를 설치, 노역자의 질병 및 부상을 치료해준 예가 있다.
현재 불교 조계종의 경우 사회 복지 사업 대종인 유아원을 겨우 16개소 정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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