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주화도 미국익관점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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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설>한국의 민주화와 인권에 관한 미국의 관심은 요즘 이 항목들이 갖는 추상적 가치를 넘어서 미국이익과 직결된 구체적 정책사항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18일 상원 아시아태평양소위(위원장「앨런·크랜스턴」의창)에서 열린 한국민주화에 관한 청문회 증언도 그런 경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크랜스턴」위원장은 개회사에서 한미관계가 직면한 도전들은 한편으로 중요한 호기를 제공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에서의 미국 이익에 가강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 했다.
그는 이 위험을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었다. 즉 한국이 모든 국민의 참여아래 자유국가를 건설한다면 북한의 침략위협으로부터 훨씬 더 안전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민주화가 안보체제를 강화하면 했지 약화시키지는 않는다는 국무성측 견해와 같은 것이다.
「디콘시니」 상원의원도 한반도가 『전략적으로 미국 안보이익에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적 불안을 방관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물른 이와같은 발언이 한국의 민주화에 거는 본질적 가치를 배제하는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자신들의 관심을 주로 미국이익의 관점에서 설명하려 들때 그 관심은 남의 나라 일에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에게도 발언권이 있다는 식으로 정당화 할 수 있는 틈이 생기는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한국민주화에 관한 결의안을 각각 제츨하고 있는 「디콘시니」상원의원과 「페이언」하원의원을 제외한 4명의 증인들이 증언했다. 이들은 평소 한국정부입장에 동정적인 「플렁크」헤리티지재단 연구원과 「홀브루크」전국무성차관보, 그리고 이들과 대조적으로 비판적인「애트우드」 민주당 국제문제연구소장과 「슈니바움」 국제 인권 법률 단체 대표 등으로 균형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중에서도 비교적 객관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평가된「애트우드」 소장은 『만약 현정부가 어려운 지경에 빠진다면 그것은 학생시위나 야당의 비판때문이 아니고 중산층의 마음속에 심각한 의문을 심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한편「홀브루크」전국무성차관보는 주한미군의 상·하 장교들에게 한국민주화에 대한 미국정책을 철저히 주지시켜 한국군과 접촉할 때 이를 전달시키도록 하는것이 좋겠다는 색다른 발언을 했다.
보수파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플렁크」연구원은 선민주화를 요구한 이민우구상을 정국 교착상태의 돌파구로 평가했는데 이런 의견은 요즘 국무성쪽 견해와 일치되는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나온 한가지 불길한 징후는 한국의 국내정치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통상문제를 이용하자는 발언이 두 증인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다.
「애트우드」소장은 미국이 비공식 접촉때 만약 정치위기와 민주세력에 대한 억압이 계속되면 『통상면의 현안문제해결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말해야 된다고 발언했고「슈니바움」대표는 한국의 노동권문제와 관련, 특혜관세제도(GSP) 수혜국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재고하라고 건의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홀브루크」씨는 통상면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한국경제가 타격을 받아 오히려 민주화 노력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통상문제와 민주화문제를 포괄적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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