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원은 복마전인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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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산 형제복지원의 비리는 밝혀지면 질수록 경악과 분노를 누를길 없다.
업무상 횡령과 특수감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형제복지원장 박인근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면 『설마…』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복지원생들에게 지급돼야할 정부보조비의 60%이상을 착복하는가 하면 이를 유용하여 자기 개인재산의 증식에만 혈안이 돼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다는 것이다.
공사장에서 강제노역을 시킨 원생들에게 겨우 담배 2개비의 댓가를 주는 대신 노임을 5억원이나 착취했는가하면 1천5백여 원생들 1년 주부식대로 겨우 4백30여만원을 들였으면서도 그 14배에 이르는 액수를 지출한 것처럼 장부에 기록해놓고 나머지를 착복했다고 한다.
이 액수를 다 수용자들의 임금과 식생활에 지출해도 모자랄 형편에 거의 전부를 개인 주머니에 빼돌렸으니 원생들의 굶주림과 고생이 어떠했겠는가는 안보고도 짐작이 간다.
박원장이 이러한 수법으로 지금까지 횡령한 돈이 밝혀진 것만도 10억원이 훨씬 넘고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50억원대에, 유가증권은 30여억원에 이른다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원장이야말로 그런 부류의 범죄혐의자라고 치자. 이를 감독하고 지휘할 책임을 가진 행정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1년에 20억원 이상의 국고보조를 해주고 있는 부랑자 수용시설에서 수년동안 이러한 비리와 부정이 자행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한번 안하고 그 부정의 낌새마저 포착하지 못했다면 행정당국의 무책임은 반드시 문책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검찰수사는 원장이 부산시와 울주군등 관계공무원들에게 여러가지 명목의 정기적인 현금상납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지도·감독을 맡은 공무원들이 오히려 그 대상으로부터 뇌물을 받아먹고 있었으니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지키게한 꼴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은 피땀흘러 일해서 낸 세금이 올바른 국가사업에 쓰이기를 바라며, 또 그러리라고 믿고 흔쾌히 납세한다. 그러나 형제복지원의 경우처럼 그 세금이 특정인의 사복을 불리는데 오용되고 국민의 공복이라는 자들이 이들 범법자와 야합해서 나눠먹는데 쓰인다면 이처럼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이 기회에 전국에 있는 36개 부랑인 수용시설 운영 전반에 대한 정밀조사를 민·관합동으로 일제히 실시할 것을 정부에 거듭 촉구한다. 납세자인 국민이 이를 요구할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대전에 있는 성지원에 대한 조사에 나섰던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몰매를 맞고 쫓겨온 사실에 대해 국민은 아직도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갖은 부정과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중인 형제복지원 원장이 한국부랑인 복지시설연합회 회장으로 버젓이 다시 옥중 추대된 사실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여운을 간직하고 있다.
복지시설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감독관청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기 전에 정부는 이들 시설의 실상을 숨김없이 공개하는 백서를 발표하는 용단을 내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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