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룸 레터] 총론과 각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야권의 발길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오늘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가결정족수 200명 이상이 확보되면 당장 내일이라도 발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탄핵안 통과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총리 추천입니다.

박 대통령이 던진 카드, 즉 김병준 총리안을 거부한 야당은 황교안 대행 체제를 감수해야 할 판입니다. 그렇지 않으려면 야권의 합의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총리 고르느라 시간 보내다간 탄핵 발의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야당이 청와대에 여유를 주는 셈입니다. 탄핵이란 총론엔 합의했지만, 정말 어려운 문제는 각론의 디테일에 숨어 있습니다.

이 와중에 우리 고위직 공무원은 해외에 나가 문제성 발언을 했습니다. 미국에 출장간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 겁니다. 인상 요구가 전달되지도 않았고,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올려주겠다고 선언한 꼴입니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정작 안보상황을 오해하고 있는 건 방사청장 아닐까요.

오늘 새벽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일어났습니다. 원전 일부가 가동을 멈추고, 신칸센 운항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쓰나미 경보가 발령돼 한때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됐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큰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눈에 띄는 건 정부와 주민들의 기민한 대응입니다. 일본정부는 지진 발생 3분만인 오전 6시2분 총리실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해외 출장중인 아베 총리는 7시쯤 현지에서 회견을 하고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습니다.

공영방송 NHK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재난방송으로 전환했습니다. 아나운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높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되풀이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대통령의 7시간을 추궁하는 우리와는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숨가쁜 하루를 정리하는 메시지, [뉴스룸 레터]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신청하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