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산 ELS 몰빵 없게…ELS 광고 막고 투자자 숙려기간 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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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부터 안전성향이거나 고령인 투자자는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할 때 2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증권사는 ELS 투자광고를 문자메시지나 e-메일로 고객에게 보내지 못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이러한 내용의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몇년 새 발행규모가 급증한 ELS·DLS(파생결합증권) 시장의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0년 말 22조3000억원에 그쳤던 ELS·DLS 발행잔액은 올 들어 100조원을 돌파해 지난달 기준 101조2000억원에 달한다. 투자자 중 56.8%가 50대 이상일 정도로 장·노령층 비중이 높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 수록 1인당 투자금액이 늘어서 70대 이상 투자자는 평균 투자금액이 1억952만원에 달했다. 거액의 노후대비용 자금을 투자위험이 높은 ELS·DLS에 ‘몰빵(집중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가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나 e-메일로 보내는 ELS·DLS 투자광고를 내년 1분기부터 막기로 했다. 수익률·만기·조기상환조건 같은 핵심정보를 담은 광고를 보내는 건 사실상 투자권유나 같다고 봐서다. ‘원금보장 가능’이란 문구도 불완전판매를 야기할 수 있어 쓰지 못한다.

ELS·DLS 가입 절차는 한층 까다로워진다. 안전성향이거나 고령 투자자에게 판매할 땐 상품판매의 전 과정을 녹취·보관하는 의무를 판매금융사에 부과키로 했다.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점검해 위반시 제재하기 위해서다. 투자자 숙려제도도 도입된다. 안전성향 또는 고령인 투자자가 ELS나 DLS에 청약을 하면 2일 뒤에 유선으로 상품위험을 다시 안내한 뒤 청약을 취소할 의사가 없는지 확인을 거쳐서 청약을 확정하게 된다.

금융위는 장내 파생상품시장의 경쟁력 제고방안도 이날 함께 발표했다. 2011년 세계 1위의 거래량(일 평균 1584만 계약)을 기록했던 장내 파생상품시장은 지난해엔 세계 12위 수준(일 평균 319만 계약)으로 줄어들어 있다. 2012년 이후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거래승수(기본 단위) 인상, 기본 예탁금 인상,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 도입 같은 시장안정 조치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그 결과 투자 과열은 잠재웠지만 해외시장에 비해 과도한 규제도 있다고 보고 일부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우선 현재 50만원인 코스피200지수 선물·옵션의 거래승수를 25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미니 코스피200 선물·옵션은 10만→5만원). 이는 미국(250달러)과 비슷하고 유럽(10유로)이나 일본(1000엔)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기본예탁금(선물 3000만원, 옵션 5000만원)은 유지하되 옵션 중 손실 위험이 제한적인 ‘옵션 매수’에 대해서는 선물과 동일하게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30시간인 의무교육 시간도 선물과 옵션매수 거래 투자자엔 20시간으로 줄여준다.

금융위 김태현 자본시장국장은 “국내 파생상품시장 규모가 과거보다 줄긴했지만 여전히 개인투자자에 의존해 파생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급격한 규제완화는 하지 않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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