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품 개발자금 마련을 위해 등록금을 노렸습니다. 한꺼번에 거액이 몰리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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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5일 상오 인천경찰서 형사계.
대낮 교내에 버젓이 유령점수창구를 차려 신입생들의 등록금 3천5백여만원을 거둬 챙긴 10대 2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여고생 2명까지 고용,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범죄꾼답지 않은 귀공자 모습.
대학측이 일반 강의실을 수납처로 이용, 허점을 노릴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수납창구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하니 교직원들조차 친절하게 안내문을 나눠주더군요. 고무도장·스탬프에다 10원·50원·1백원짜리 동전으로 잔돈까지 듬뿍 준비해 고용했던 여고생들도 깜박 속았겠죠.』
자신들의 범행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히 범행과정을 털어놓는다.
거액을 챙긴 뒤 술집·여관 등을 돌아다녔으며 멀리 부산까지 호화(?)여행을 했다는 10대들은 서로의 우정을 다진다는 의미로 자신들의 영문이름 첫글자를 따「P&L」이라 새긴 은팔찌까지 만들어 꼈다.
『그 좋은 머리로 고작….』
어처구니없어 하는 담당형사의 푸념.
『말 잘듣고 머리도 좋아 훌륭한 과학자로 키우려했는데….』 경찰에 불려온 부모들은 연신 땅이 꺼지는 듯한 한숨만을 내쉬었다. <김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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